언터쳐블 : 1%의 우정
언터쳐블이라는 제목은 옛날 갱 영화를 떠오르게 하지만 '1%의 우정'이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 이 영화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자칫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찰과의 과속레이스를 장난으로 받아들일만큼 편하고 친한 사이. 영화는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설명해준다.
여기, 사람이 있다. 영화는 곧 절친이 될 전혀 다른 두 사람을 설정하는데 그 대비의 정도가 명확할 뿐 아니라 캐릭터가 만들어지면서 영화를 이끌어갈 힘을 얻는다. 백인과 흑인, 부자와 빈자, 고용자와 피고용자와 같은 인종-계급적인 차이 뿐 아니라 클래식과 대중음악과 같은 문화적 취향의 차이도 있다. 관계의 우위를 가릴 수 있는 많은 요소들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맞춰주는 요소는 장애와 비장애의 유무이다. 이로써 도움을 주는 관계와 받는 관계가 역전이 되기도 하면서 어느정도 관계의 평형을 만들어준다. 우정에 관한 이야기는 사랑 못지않게 많은 영화의 소재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의미를 갖는건 우정의 본질을 꿰뚫어본 지혜와 이를 극대화하는 인물설정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나와 다른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 나의 일상에 그를 초대하고 내 삶을 나눈다는 것은 관계의 첫걸음이자 전부나 마찬가지라고 할 정도로 우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삶에 녹아드는 과정을 영화는 잘 설명하고 있다. 그들은 서로의 다름에 대해 섣불리 침범하려 하지 않는다. 가난에 대해 비난하거나 장애를 조롱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의 우위를 점하고자 신경전을 벌이지 않으면서 그들은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나와 다른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는건 두려운 일이지만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놀라운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가진건 많았기에 주위에 사람들은 많았지만 장애로 인해 갇혀있던 사람은 친구를 통해 '신선한 공기'로 표현되는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인상을 줄 정도로 자유롭고 재능이 많았지만 가난으로 인해 범죄자 및 실직자, 추방당한 삶을 살아야 했던 한 사람은 친구로 인해 화가로서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친구들은 상대의 본질적 필요를 채워주는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환경에 갇혀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한 친구에게 자립할 수 있도록 자신을 떠나가게 허락하는 친구와 자신에게 갇혀 관계의 벽을 넘지 못하는 친구에게 연모하지만 다가가지 못했던 여인을 만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