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 개학
학교에 근무하는 나로서는 한해의 시작이 3월같고, 한주는 월부터 금까지 5일로 이루어진 것 같다.
3월 3일, 2014년 1학기가 시작된지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단상을 적어보려 한다.
#. 특별히 수업이 없고 새로운 학급과 교과, 선생님과 함께하는 적응기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하루 한번은 학생들과 상담을 하게 된다. 내가 원해서 수업을 한건 아니었고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어려워하는 것들이 보일때마다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한두시간쯤은 훌쩍 지나가버리게 된다. 학교생활에 부적응하거나 잘못된 태도를 취하는 원인들은 각각 다르다. 어려운 점은 먼저 이야기를 잘 안꺼낸다는 것, 자신의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상대방을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더 섬세하게 아이들의 반응을 유도해야하고 이야기의 진행도 논리적인 접근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더 깊은 통찰과 감정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게 있다.
이런 시간들을 보내고 나서 드는 생각들이 한두가지 있는데 먼저 내가 전문 상담사는 아니기 때문에 상담에 대한 기술이나 전문적 지식을 쌓아야겠다는 생각과 집에서 아내에게도 이정도로 에너지와 시간을 들여 반응해주지 못하는데 학교에서 진을 다 뽑는구나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감사한건 이야기를 잘 마치고 나서 학생들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남은 하루의 일정을 나름 성실히 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나 스스로 위안과 격려가 되는 것 같다.
#.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10년이 넘어가서 그런가 매년 새학기마다 교과명을 볼 때 잘 모르겠는 것들이 참 많다. 더군다나 교사들에게 배부되는 시간표는 교과명을 약자로 넣어놓는데 (ex. 생명과학=생과) 도저히 모르겠는 과목들이 한두가지가 아닌거다;; 그렇다고 이걸 물어보는것도 민망하고. 암튼 그렇다.
#. 대체로 방학을 보내고 학기를 맞이하면 학생들이 상태(?)가 안좋아져서 나타나곤 하는데 이번 학기는 나름 괜찮은 상태로 시작하는 것 같다.
#. 개인적으로는 방학을 지내고 학교에 오면 일상이 정돈되는 경험을 하는 것 같다. 정해진 출근시간과 학교에서의 일과들, 퇴근 이후의 시간들을 활용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오히려 일상을 늘어지지않고 건강하게 만들어간달까. 학기가 진행될수록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가까워지겠지만 방학과 학기의 사이클이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