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심재에서 두번째 공동주택에 대한 간담회를 다녀왔다. 올해말에 전세계약이 만료되던터라 안그래도 아내와 이사를 비롯한 주거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는데 교회에서 관련 이야기들이 나오니 마음이 쏠리더라. 전에도 나의 상황에 적합하게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하나의 싸인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이곤 했는데 간만에 그런 상황이지 않나 생각도 했다.
다만 마음이 무거운건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경제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평등케하는 재산의 원리에 따라 더 가진 사람이 부담을 더 나누었다는 전례를 알고 있지만 워낙 금액이 크다보니 없던 염치가 생기면서 이래도 되나 싶은 것이다. 지난주였나 공동주택 간담회 일정을 듣고선 마음이 너무 두근두근해서 기다리기 힘들 정도였다.
오늘 이런저런 설명들을 들으면서 마음이 더 무겁기도 하고 복잡해지기도 했다. 사실 이것저것 따지면 간단하게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정말 할 수 있을까, 란 부담이 마음을 누르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믿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이렇게 합이 하나하나 맞지 않고서야 진행되지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되면 하나님께서 나의 인생을 인도하고 책임지실 것이 설레일정도로 기대가 컷었는데 오늘의 나는 염려와 번민으로 가슴 한구석이 무겁기만 하다니. 몇년동안 나란 사람이 변한걸 체감하게 된다.
우리 부부는 무모할 정도로 큰 선택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발을 내딛는 사람들인 것 같다. 신혼집을 캠퍼스 후배들과 교제하며 살겠다는 한가지 가치를 가지고 근무지도 아무 연고도 없는 부천에서 시작해서 마을 공동체를 한다는 이야기에 홍은동으로 이사온 것도. 어느날 갑자기 하심재 근처 집에 났다는 연락에 집도 확인하지 않고 계약해서 남가좌동에 살게 된 것도 이것저것 계산하기 보다는 가치에 우선하고 하나님께서 우리 삶을 인도하신다는 확신하에 과감히 선택을 했었다. 이번 일을 앞두고 내가 어느정도 손해보거나 고생하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부족함을 공동체가 채워줄 것을 신뢰하기로 결정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된다. 이럴때일수록 나를 비우고 더 겸손히 나의 상황을 인정하고 선택의 결과를 신뢰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아, 정말 1년 후의 나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어떤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막연하게나마 꿈꾸고 기대하는 일이 이루어질까. 정말 궁금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