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이 욱신거려 찾아간 치과. 잇몸치료뿐 아니라 충치치료까지 받아야 해서 총 네번의 진료와 백만원이 넘는 치료비가 들었다. 편도선염에 고생한 아내와 더불어 방학의 마지막을 골골대며 보낸 것 같다. 어릴때부터 양치질하는 습관이 잘 형성되지 않아 치아상태에 자신이 없었다. 비용이 많이 들긴 했지만 이번 기회에 털고 넘어갈 수 있는 것 같아 홀가분한 마음도 크다.
결국 생활의 변화, 일상적인 습관이라는 주제로 되돌아간다. 내가 편한대로, 원하는대로 살아왔던 삶의 형태들이 실제적인 증상들로 나타나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요즘 다시 '천년동안 백만마일'을 읽으면서 인생을 이야기에 빗댄 책의 내용들을 생각하곤 한다. 좋은 이야기는 주인공이 기존의 삶에서 어떤 계기나 상황을 통해 변화를 경험하게 한다고 한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살아가고 있을까.
방학 마지막 주, 아내의 병수발과 아이들을 돌보다보니 체력이 방전된채 주말을 보냈다. 무덤덤하게 맞이했던 방학처럼 개학 또한 큰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삶이 좀 치이다보니 마음 한켠 작게나마 신경이 쓰이는가보다. 2015년은 나에게 참 의미있는 한해였던 것 같다. 몸이 하나하나 탈이나면서 그것을 통해 실제적인 삶의 변화를 맞이하고 그것들을 근간으로 더 많은 영역으로 마음을 넓히고 행동을 하게 되고 있다.
오늘 마지막 진료를 마치면서 의사선생님께서는 다음 방학 때도 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사실 그보다 부담스러웠던건 죽을 때까지 관리를 잘 해야하고, 그것은 여전히 잇몸이 욱신거리는 치간칫솔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양치도 매번 오분씩 하라고 했는데ㅎ 전보다 잇몸서 피가 안나는게 신기하긴 하다.
방학 동안 한번도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지난 일년간 매일같이 탔었는데 겨울을 맞아 한동안 쉬다보니 뒷바퀴엔 바람이 빠져 있더라. 잠깐 동네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바퀴에 바람을 넣고 페달을 밟았다. 참 반갑고 기분 좋았다. 10분정도밖에 안되는 거리를 다녀오니 더 타고 싶어 골목골목으로 돌아왔다. 출근길에 다시 자전거로 다닐 수 있을까, 그간 자전거 체력은 떨어지진 않았나 모르겠다. 영하의 날씨겠지만 그래도 늘 그랬던 것처럼 월요일 아침이 되면 자연스레 타지 않을까 싶다. 일상의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는게 맞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