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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너를 만났다

 

 

이건 안울고 배길수가 없구나. 처음엔 덤덤하게 보다가 음악깔리는 부분부터 울컥울컥하더니 한마디한마디의 무게가 실리는데…

 

어제 온 커뮤니티가 눈물바람이 불었다. 이미 예고편에서 조짐을 보였다더니 본방하는동안, 끝나고 한참후까지 여기저기서 오열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뒤늦게나마 유튜브로 보면서 생각했던건 이게 사람이 할짓이 아니구나였다. 동생인지 화면을 보면서 별로 안닮았다는 멘트가 있던데 그 얘기가 아니다. 자식잃은 부모가 생김새의 디테일을 신경이나 쓸까. 초입의 인터뷰처럼 하늘에라도 손짓하고 말을 거는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들인데. 내가 느낀 잔혹함은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언젠가 AI가 발전되면 유의미한 대화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방송에서만큼은 정해진 프로그래밍대로만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게 참 안타까웠다. 출연한 어머님에게는 눈 앞의 딸을 만질 수 없다는 속상함이 훨씬 더 크게 보였지만 말이다.

그게 뭐가 중요한가. 진짜 잔인한건 이미 자식을 먼저 보냈다는 사실 그 자체일텐데. 세 아이의 아빠로서 알고싶지 않은, 그러나 알듯도 싶은 그 감정이 보는 내내 괴롭게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드라마에서 죽은 여주의 유해를 가지고 있던 주인공이 마지막화에 운동장 트렉에서 유골을 뿌리며 달리는 장면이 떠올랐다. 감수성이 가득한 시기여서 그랬을까, 그 장면에서 전편들을 통해 켜켜히 쌓였던 감정들이 터져 꺽꺽거리며 울면서 봤던 것 같다. 나또한 남주와 함께 죽은 여자친구를 떠나보낼 수 있었던 느낌이었다.

이 다큐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어머님과 남은 가족들이 조금이나마 홀가분해질 수 있었길 깊이 바란다. 어머님의 말씀대로 덜 그리워하고 더 사랑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