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막달인 아내는 매주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다. 그나마 둘째라고 임신 중간에 두어달 가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진료를 받았던 것 같다. 어느정도 초음파 사진에 시큰둥해져도 잘 지내고 있다는 안도감이나 건강에 대한 염려가 크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은 태동검사란걸 한다고 해서 평소보다 일찍 와야하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초음파를 마치고(여전히 얼굴을 잘 보여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의사샘방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언능 마치고 계획대로 택시타고 샘으로 가서 음료나 한잔 마실까, 생각보다 늦어졌으니 집에서 쉴까 고민하고 있는데 안쪽에서 진료중인 의사샘과 간호사분의 공기가 심상치 않다. 흠 뭘까.
뜬금없는 소식이었다. 아직 출산예정일은 열흘정도 더 남아있었는데 자궁문이 조금이지만 열려있다고 한다. 그럴리 없다는 생각과 더불어 한편에서는 지난 한두달 이래저래 고생하던게 좀 정리되려는 순간에 잘 어울리는구나 싶기도 했다. 왠지 그럴거 같았다면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해야하나.
순간적으로 머리속엔 어떻게 해야할지 복잡해졌다. 주어진 상황과 여러 가능성들 사이에서 직관적이면서도 분석적인 사고들이 웅웅거렸는데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꽤나 긴장했던거 같다. 마치 당장이라도 애가 나올것 처럼 말이다. 결국 지음이는 다시 부모님 댁으로 갔고 오늘은 약간의 진통은 있었지만 무난히 지나가는 것 같다.
인생이란 정말 계획한데로 흘러갈 수 없다지만 이런 일들을 맞닿드리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몇몇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오늘이라도 당장 아가 나올 것 같다고 이야기해놓았는데 오히려 느긋하게 일정대로 진행되면 민망하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ㅋㅋ
요놈, 너의 때는 언재냐. 반가운 얼굴로 만나자꾸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