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동안 큰 일들이 있었는데 첫번째 임용고사는 '공부한만큼 열심히 썼다', '팔이 아프다', '생각보단 할만했다' 정도로 갈음하고, 드디어 가족을 만났다. 아내의 둘째 출산 후 몸조리를 위해 좀 먼 길이었지만 처가로 내려갔다. 2-3일정도 같이 지낸 후 어느정도 처가 어르신들과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홀로 집으로 올라왔다. 큰 시험이 2주정도 남은 시점에서 수험생으로 지내기 위해 홀로 지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많은 분들이 가볍게 혼자 지내니 편하겠다, 밥은 잘 챙겨먹는지, 가족들이 보고 싶지 않냐는 말씀들을 하셨는데 16일의 기간이 결코 짧지만은 않았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기간은 2-3일이면 충분히 혼자 즐기기 적당하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원없이 한다던지 하는건 생각만큼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다. 불꺼진 집에 들어와 혼자 지내기에 민망해 돌아가지 않는 보일러의 냉기를 느끼며 겹겹이 입고 이불안에 들어가 지내는 삶이란게 그렇게 만족도가 높진 않더라. 최선을 다했다고 하기는 부끄럽지만 나름 열심히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시험을 마쳤다.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듯해 기분이 정말 좋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부지런히 발을 놀려 버스터미널에서 단양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바로 탈 수 있었다.
드디어 만남! 아내의 밝은 미소가 눈에 들어온다. 지음이는 아빠에게 달려와 안긴다. 장인장모님께 먼저 인사를 드리고 지음이의 애교에 녹는다. 존댓말로 어찌나 이쁘게 말을 하던지, 오랜만에 만난 아빠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해 미안하기도 하고 반갑고 이쁘고 좋은 감정들이 가득가득했다. 빙긋 웃고있는 아내를 보며 장인장모님은 그간 힘들다고 투정도 부리고 뾰루퉁하더니 안색이 좋아졌다고 놀리신다. 그러고보니 막달에 몸이 많이 불편해지기도 하고 출산 직후에 산후우울증으로 고생하면서 아내가 마음 편히 있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나 또한 깊은 곳에서 행복을 느낀다. 반가워 여보, 그간 수고 많이했어.
이틀간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태어나고 함께 했던 시간보다 떨어져 있던 시간이 더 길었던 둘쨰는 잘먹었었는지 볼도 좀 살이 오르고 안아봐도 묵직해졌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신생아 향기가, 볼일을 보고 입을 오물거리는 모양이 지음이 때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자나때나 끙끙거리는거며 기저기를 갈 때마다 지음이에겐 없던 그것;을 볼 때마다 다른점도 있고 하더라. 아마 집에 올라오고 자라면서 천천히 친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틀간 이녀석의 이름을 정하느라고 좀 고생을 했다. 옥편을 찾고 검색도 해보고 성경도 읽어보고ㅋ 아마 내일 출생신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낮에 버스를 타려다 표도 못구하고 좌석도 가득이어서 다시 돌아와 저녁을 먹고 기차로 올라가는 중이다. 아빠가 혼자 떠나는게 못내 아쉬웠는지 지음이가 우는 모습이 안쓰러웠는데 다시 돌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잠이든 아이를 떠나면서 한결 마음이 놓였다. 언제 다시 가족들을 볼 수 있을까. 한주, 혹은 다시 두주만에. 지난번 떠나왔을 때는 시험을 앞두고 결연했다면 이번은 좀 다른 것 같다. 마음 가득한 행복감을 안고 돌아온다. 나에게 가족이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일인지.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다 다시 웃는 얼굴로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