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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신뢰와 순종

신뢰를 쌓아간다는건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고 일관된 태도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맞부닥치게 되는 갈등의 순간에 상대방을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유혹을 억누르고 멈춰서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근 몇주간 학생과 지독한 갈등을 겪으면서 미약하게나마 쌓아논 신뢰를 깨뜨리면서까지 내 입장을 고수해야했나 후회가 된다.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할 때의 맹점은 그 목적을 상실해버린다는 것이다. 시작이야 원칙을 고수한다던지, 강경한 교육수단이라던지 나름 명확한 이유가 있었지만 대치하는 과정에서 내가 옳았다는걸 증명하는 것만 남아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게 해야할까. 어떻게해야 교육적인 목적에 부합하게 관계를 맺고 원칙을 고수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도중 예수님을 떠올렸다. 오른뺨을 맞거든 왼쪽뺨을 내어주라는 말씀. 죽음에 이르도록 상대를 원망하지 않던 분. 내 안의 알량한 자존심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신뢰를 내쳐야 하는가.

내년에는 새로운 학생들과 함께 지내게 될 것이다. 한학기가 지났을 때, 혹은 알 수 없는 이별의 순간에 그간 쌓인 신뢰가 우리를 설명할 수 있을까. 교사라는 권위와 어른의 힘으로 제압된 아이들이 있을까. 전자이길. 전자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