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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잘하고있다. 매주 월수금마다 한시간씩 아이들을 체육관에 데려다주고 수영복을 갈아입힌 후 건물 바깥쪽 창너머로 수영장을 볼 수 있는 대기방에서 아이들 수업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아직 많은 회차를 한건 아니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이나 조금씩 발전하는 실력을 보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반면 이 공간을 함께 쓰는 학부모-물론 나를 빼고 다 어머님들이다-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면 어질어질해지곤 한다. 어쩜 매번 아이들의 공부 이야기 일변도인지. 할 얘기가 그것뿐이라 그런건지, 그것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서인지 모르겠다. 가끔은 드라마 이야기도 좀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좀 하면 좋을텐데 말이다. 조금만 그 이야기를 듣자면 마음에 조바심이 슬며시 생겨나곤 한다. 우리가 지금 큰 애한테 하는게 잘못되진 않았나 맘속에 부.. 더보기
방학 끝 어제는. 부모님께서 아이들과 한강 물놀이장에 가주시는 동안 대출을 받기 위해 아내와 일산에 갔다. 동네지점에서 해결하고 싶었는데 처음 계약한 곳에 가서 해야한다는 안내를 받았었다. 간만에 간 일산은 내가 청소년기를 보내던 곳과는 다른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교과서에나 볼듯한 베드타운같았다고 할까. 말 그대로 추억의 장소가 되어가는 듯 하다. 대출은 역시나 한번에 되진 않고 개학하면 다시 와야할듯 하다. 결혼하기 위해 처음 은행에 찾아갔을 땐 긴장도 많이 했었는데. 대출권장시대를 맞아 직원분들도 더 친절해진 것 같고 더 복잡해진 조건들에 비해 수월하게 빚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필요한 업무를 마친 후 시간이 남아 오랜만에 둘이서 영화를 봤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 단편소설과 같.. 더보기
160721 일찍 일어나는 날엔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널곤 한다. 미리 세탁기를 돌려놓았다면 옥상에 올라가 건조대에 빨래를 놓는데 십분이면 충분하다. 그 10분을 확보하는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늦잠을 자고 지각하지 않게 부지런히 나가는 날이 대다수이고 어쩔땐 아이들이 깨어있어 밥을 해주거나 잠을 깬답시고 멍-때리고 있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기도 하다. 오늘은 방학식이 있는 날이다. 지난 몇년간 방학을 맞이하려면 한두주 전부터 설레이고 좋았는데 어째 갈수록 덤덤해진다. 이게 삶의 통합이 되어인지, 어른이 되어버린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적어도 빨래 돌릴 시간정도는 확보할 수 있겠지. 더보기
방학 20151231. 마지막 날 방학을 했다. 공교육 12년간 24번의 방학과 대학시절 방학들, 첫 근무 후 10번째 방학을 맞이한 것이다. 이쯤되니 익숙해지는건지 방학이라고 해서 특별히 좋다거나 설레이지도 않는다. ​물론, 싫다는건 절대 아니다. 올해는 유독 하루를 살다보니 한주가 가고, 그렇게 한달이 가고, 어쩌다 방학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냥 하루를 살아냈을 뿐인데 시간은 어찌나 잘 가버리는건지. 공동주택을 모집한게 1월, 일년이 지난 지금은 한층한층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갓 태어났던 ​그리고 곧 두번의 입원을 한 ​​​ 둘째도 이제 걷는게 익숙해져 여기저기 바삐다닌다. 새로운 학교에서 만난 동료교사들과 학생들은 자연스레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온갖 지름과 무자비한 소비 성향을 반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