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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잘하고있다.

매주 월수금마다 한시간씩 아이들을 체육관에 데려다주고 수영복을 갈아입힌 후 건물 바깥쪽 창너머로 수영장을 볼 수 있는 대기방에서 아이들 수업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아직 많은 회차를 한건 아니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이나 조금씩 발전하는 실력을 보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반면 이 공간을 함께 쓰는 학부모-물론 나를 빼고 다 어머님들이다-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면 어질어질해지곤 한다. 어쩜 매번 아이들의 공부 이야기 일변도인지. 할 얘기가 그것뿐이라 그런건지, 그것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서인지 모르겠다. 가끔은 드라마 이야기도 좀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좀 하면 좋을텐데 말이다.

조금만 그 이야기를 듣자면 마음에 조바심이 슬며시 생겨나곤 한다. 우리가 지금 큰 애한테 하는게 잘못되진 않았나 맘속에 부글부글한 감정들이 금방 또아리를 튼다. 공부를 못해도 되지만 잘했으면 좋겠다는 그 애매함 사이에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을수도 있는건데 말이지.

다행인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학업수준이 대체로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어서 2학기부터 꾸준히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있다. 수학은 계산법과 교과서 기반의 책 두권을 풀고, 국어는 책읽기와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다. 책읽기는 꽤 재미를 붙여서 하루 30분의 정해진 시간외에도 틈나면 책을 읽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평소에 좋아하는 영상 콘텐츠의 소설을 읽힌게 주효했다.) 아참, 올해부터 초등부에서 시작한 큐티도 매일 꾸준히 하고 있으니 독해력에 도움이 될듯싶다.

첫째의 우직함을 볼 때 감동하는 일이 종종 있다. 지난주였었나 일년여만에 수영을 다시 하는데 아무리 발을 차도 앞으로 나가질 못하는거다.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도 되는데 꽤 오랜 시간 그 자리에서 발을 차는 아이를 보며 짠한 마음이 들었다. 수업을 마친후에는 분해서 씩씩거리긴 했지만 다음 수업부터 조금씩 자세 교정이 되었는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더니 이젠 걱정없이 지켜보고 있다. 오늘은 음파음파를 배웠는지 레인 끝까지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열심히 고개를 물 속에 넣었다뺐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 미소로 지켜보고 있다.

이렇게 글을 쓰는 도중에도 이어폰 너머로 교육과정과 학습법에 대한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다. 이분들 또한 정답을 가진게 아니라 찾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자녀들에 대한 나의 바람은 눈에 띄는 결과보다 과정에서 자신의 몫을 성실히 감당하면 좋겠다는 것 하나다. 그런면에서 잘감당해주고 있는 첫째가 대견스럽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