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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적응시기

울음에는 이유가 있다. 행동수정의 관점에서 모든 행동에는 목적이 있다는 전제처럼 아직 발성도, 발화도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울음이란 단 하나의 의사소통 수단이다. 첫째가 옹알이를 하고 한두마디의 단어를 넘어 대화를 하게 된 지금에는 아이의 신호에 덜 세심하지 않아도 되었었는데 둘째와 퇴원을 하고 옛 기억이 물씬 떠오르게 된다. 


아마도

1. 기저귀를 확인해라

2. 배고픈지 확인해라

3. 열은 없는지, 잠이 오는지 등등

순서로 아이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던 것 같다.


세상 염려 없이 평온히 잠자는 아이는 자그마하게 쎅쎅 소리를 낸다. 순간의 정적이 지나면 곧 으앙하는 울음이 터진다. 쁘띠의 경우 조금 더 날카로운 고음의 소리가 난다. 태어난 날 병실로 온 뒤 두어시간동안 울었었는데 간호사분이 자연스러운거라고 하셨다. 아이를 안고 우는 모습을 보면서 윤회사상에서 고된 세상에 다시 태어나 서글퍼보이기도 하고 열달동안 뱃속에 있다가 밝은 세상에 나와 낯설어 보이는거 같기도 하고 했다.





갓 태어난 아이의 울음


이튿날부터였던거 같다.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한 것은. 모유수유를 하려는데 아직 양이 부족해서 울기 시작하더니만 정말 서럽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아기 입장에서는 생과 사의 문제가 걸려있으니 그럴만도 하다만 부모 맘도 안타깝기는 매한가지이다. 다만 모유수유로 엄청나게! 고생했던 옛 기억이 있기 때문에 아이의 울음에 전적으로 응답해주지는 못했다. 

뱃속에서 아기가 태어날 때는 엄마에게 영양소를 듬뿍 안고 나오기 때문에 이틀정도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처음 먹는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엄마와 아기가 서로에게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했다. 자주 물려야 젖량도 늘고 아가도 먹는 방법을 배울 수 있으니까. 그 시간에 아기 배고플까봐 젖병을 사용하는순간 혼동이 일어나면서 무한 카오스가 시작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것 같다.



무한 카오스 당시 김지음양

퇴원 후 처갓댁에 내려와서는 부모님들의 안쓰런 마음이 어려움이 되었다. 우는 아가를 볼 때 안타까움이 조심스런 말 한마디나 눈빛으로 드러나 아내가 마음이 쓰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감사하게도 지음이를 키웠을 때의 경험을 나누고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의 이유를 설명드리니 이해해주셔서 잘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는 이른 시간에 평화가 찾아왔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가가 푹 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편안한 얼굴로 엄마 젖을 먹고 얌전히 눈을 굴린다. 어제만 해도 계속 울어대는 아기를 돌아가면서 안고 지음이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엄마에게 아기 쭈쭈주라고 보챘었는데 순식간에 자리잡혀있는걸 보니 마법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젠 오히려 젖량이 많아져서 다시 쁘띠가 먹는 방법도 배워야 하고 먹는양도 늘려야 한다. 이정도면 첫 단추는 잘 꿰어진 것 같다. 앞으로의 여정도 이런식으로 디디며 가면 되지 않을까. 어제 잠들때까지만해도 지음이 습관 만들어주고 쁘띠 적응될때까지 어떻게 노력해야할지 고민이 되었었는데 마음이 많이 편해졌는지 남은 시간동안 아가들 실컷 보고 추억이나 남기고 싶어졌다. 쁘띠야 잘해보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