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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아버지의 이메일 (홍재희 / 2014)



아버지의 이메일 (2014)

My Father's Emails 
8.8
감독
홍재희
출연
김경순, 홍주희, 홍준용, 홍재희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0 분 | 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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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메일은 감독 본인이 자신의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회상하는 내용의 다큐 영화다. 자신의 기억 뿐 아니라 가족, 친지, 이웃 등 여러 지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계시지 않는 아버지를 조명한다. 아버지를 설명하는 접근방법에는 그가 돌아가시기 전 감독에게 보낸 여러통의 이메일도 포함이 되어 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관객은 단편적인 정보들을 통해 한 개인의 역사를 훑어보게 된다. 동시에 우리는 개인이 그 시대의 사회와 얼마나 밀접한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625 한국전쟁, 보도연맹, 베트남 파병, 오일쇼크와 중동 건설붐 등 한국의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한 사람의 일생을 어떻게 파고들어가는지 보면서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을 넘어 이해하는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감독 본인을 비롯한 가족들에게는 더욱 긴밀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분노와 회한, 연민과 용서 등의 복잡한 감정들을 경험하게 된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괜찮다라고 말하기 어려울테니 그들의 아픔 또한 이해가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지난 대선이 떠올랐다. 세대간 대립양상이 뚜렷했던 지난 대선은 50대의 경이적인 단결로 인해 다시 한번 여당에게 정권이 주어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젊은 세대들이 부모세대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느꼈던 것 같다. 나 또한 어떻게 지난 5년동안 이명박 정권을 거치고도, 박근혜 후보가 내세운 공약이나 인물적인 한계를 보면서도 지지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대선 직후 큰 허탈감과 함께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느 매체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줬던 세대의 입장 혹은 마음에 대한 분석이나 이해가 부족했다는 내용을 들으면서 그 때에야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부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분들의 걸어온 삶의 발자취를 알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버지의 이메일이라는 영화는 나에게 그런 불편함을 안겨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단절된 세대를 잇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알아야 하고, 그 앎 속에서 이해를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