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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수면습관 만들기

아이를 갖기 전부터 내가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건 좋은 습관과 인품을 갖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약속을 잘 지킨다거나 정직함과 같은 여러 좋은 것들 중에서도 수면습관을 잘 형성해주고 싶었다. 내가 잘 못하는 것이기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사람들이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아이가 태어나고 살다보니 하루 버티기가 어렵더라. 애한테 적응하느라 정신없고 지친 맘을 달래려고 예능을 보거나 게임을 하다보면 나 또한 새벽 늦게 잠자기 일쑤였다. 늦게까지 불이 켜져있고 TV가 켜져있다보니 지음이도 잠들기가 어려웠을거다. 주변 부모들은 애를 씻기고 잠자는 의식을 행해서 습관을 형성하면 된다는데 막상 해보려고 하면 하루이틀정도 의지를 내다가도 우리가 퍼저버리곤 했다. 애가 습관이 생기기도 전에 버티는게 쉽지만은 않더라.


"습관이 잡히기 전 지음이"


어느정도 서로 익숙해지면서 지음이 수면시간은 주로 12시즈음으로 자리잡혔던 것 같다. 지음이가 피곤에 못이겨 잠이 들어야 우리도 잠들곤 했는데 이 아이가 워낙 체력이 좋은지라 따라가는게 좀 쉽지는 않았었다. 그러다가 둘째가 태어나고 우리도 어느정도 생활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규칙적인 생활에 대한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희언이는 어떤 수면습관을 가지게 될지 태어나기 전에 긴장되는 부분이 있었다. 처가에 있는 50일동안은 그럭저럭 밤에 잘 잤다고 했었는데 올라오면서 힘들었던건지 50일의 (역)기적이 일어난건지 밤낮이 바뀐 모습을 보여줘서 고생 시작이구나 생각을 했다. 보름정도가 지난 지금은 그나마 밤에 순하게 잘 자는 날이 많아졌지만 누나가 먼저 잠이 들지 않으면 옆에서 말을 걸거나 만져대는 통에 금방 깨어나곤 했다. (잠든 아기가 그렇게 깨어날 때 마음이 얼마나 어려운지! ㅠㅡㅠ)


"바로 이 순간"


애들이 꾸정해지기도 해서 오늘은 목욕을 시키기로 했다. 먼저 둘째를 씻기고 난 뒤 큰 아이가 사용하기로 했는데 물을 조금이라도 절약하는 방법같아서 괜히 기분이 좋더라. 정수기로 온수를 받고 냄비에 물을 끓이면서 샤워기로 따듯한 물을 받았더니 생각보다 뜨신 물이 되어서 아이가 들어가도 될 정도로 물온도를 맞추었다. 그리고 희언이를 물에 담근 후 아내가 잡아주고 내가 몸에 물을 뭍혀주었는데 싫어하더라. 아기들은 물을 좋아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물이 뜨겁진 않았는지 걱정했는데 그래도 어느정도 자세가 잡히니 찡얼거림이 멎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늦었다고 생각은 했지만 컨디션이 워낙 좋았길래 몰랐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한시였다. 이런! 애들을 일찍 재우려고 한건데 이미 새벽이라니. 아무리 외출하고 돌아왔다고 해도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린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쨋든 하기로 한 목욕이었기에, 이미 지음이는 옷 다 벗고 기다리고 있어서 속행하였다. 물에 들어간 지음이는 뜨겁다고 하더니 이내 물장구를 쳤다. 손바닥을 펴서 살살 내리칠 때 물이 튀는게 재미있었나보다. 화장실이 추운지라 주방에 수건펴놓고 목욕통을 두어서 다행이다. 마칠때보니 흥건히 물이 젖어있더라ㅎㅎ 


선물로 받은 천연 아기 비누를 이용해 몸에 비누칠하고 씻겨낸 이후 하이라이트인 머리감기를 시작했다. "손님 어서오세요"로 시작해 무섭다는 아이를 달래가며 살살 물을 묻혔다. 그리곤 순식간에 비누칠하고 단호한 손놀림으로 씻겨냈다. 희언이부터 지음이까지 물이 많이 탁해진지라 마무리는 샤워기로 온 몸의 비누끼를 닦아내는 것으로 끝. 이번엔 처음으로 지음이 고개를 젖히고 샤워기로 감겨보았는데 몇번 연습하면 괜찮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몇달전만해도 머리 감긴다고 할 때 무섭다고 울먹거렸었는데 많이 자랐구나.


목욕을 마친 후 기대한 것만큼 빨리 잠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평소보단 이른 시간에 다들 잠이 들었다. 워낙 시간이 늦은지라 잠든 시간은 큰 의미가 없지만 잠드는 과정에서 때쓰거나 보채지 않고 얌전히 잠들었던게 특이점이었다. 지음이는 스스로 이불속으로 들어가더니 "안녕히 주무세요"라는 밤인사를 건네기도. (내 기억이 맞다면 처음이다) 잠든 이후로도 노곤해서 그런지 쌔근쌔근 잘잔다. 아내와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애들 습관을 형성하거나 집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다는 말을 했지만서도 지금부터 잘하면 되지 않나, 라는 약간은 뻔뻔한 마음으로 오늘을 마무리한다. 잘자라, 얘들아.


"코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