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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단상

11시경 지음이가 잠이 들었다. 며칠 수면습관 만든다고 노력하는데 소기의 성과가 있는듯해 뿌듯하다. 다른집 애들은 8-10시면 잔다지만 지음이는 서울 올라오고 12-2시로 수면패턴이 굳어지고 있었으니 지금 11시 정도로 앞당겨진 것도 기특하다고 생각한다.

희언이는 낮에 잠을 잘 자더니만 컨디션이 좋은지 누워서 천장을 말똥말똥 바라보고 있다. 안아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불편한게 있을 때 소리로 신호를 주는 순한 녀석. 이러다 배고파지면 엄마 젖 한번 먹고 잠들지 않을까 싶다.

정신없이 살다보면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된다. 예비군 훈련을 마쳤음에도 내가 군대에 가서 전역했다는게 실감나지 않다던지, 아내와 연애를 하고 결혼했다는 사실도, 때론 두 아이의 아빠라는 것도 낯설게 느껴지곤 한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남편이 되고 싶었던 것보단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었고 가장이 되기 보단 사랑스런 아이들과 살고 싶었던 것 뿐인데 선택에 주어지는 책임이라는게 가볍지만은 않다.

하루살이처럼 그날의 필요와 계획을 따라 살아가는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공동주택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우리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고 삶의 우선순위를 세우는 지금이 어쩌면 꿈꾸는 것 같아 좋다. 더불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제한되어있는지 철저히 깨달으며 겸손히 신앙을 되돌아볼 수 있음도 감사하다.

방학이 끝나간다. 정신없이 흘러간 시간들을 주워담을 수 없기에 또 아쉽고 잘 살지 못한 것 같은 죄책감도 든다. 나부터 방학기간동안 수면습관이 엉망진창이 된지라 출근시간에 맞춰 일어날수나 있을까 솔직히 걱정이 된다. 남은 날을 생각하기보다 주어진 하루에 정직하게 살아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