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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장인어른과의 대화

금요기도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장인어른과 대화를 나눴다. 주제는 공동주택에 대한 이야기. 항상 아내 혹은 장모님과 함께 대화하거나 짧은 안부인사만 전했었는데 두시간가까이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결혼하기 전 인사드릴 때도 아버님은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수입은 어느정도 되고 향후 계획은 있는지 물어보지 않으셨다. 결혼을 준비하고 신혼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묵묵히 모아두신 돈을 송금해주시곤 하시는 분이시다.

낮에도 잠깐 공동주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는 했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으셨는데 한번 시작된 말씀은 길었다. 걱정이 많이 되셨는지 신중해야 한다는 말씀을 정말 많이 하셨다. 연대보증을 섰다가 가정도 버리고 야반도주한 사연, 형제간에 반목이 일어나 쫄딱 망한 이야기 등 주변에 수없이 많은 사례들을 전해주셨다.

아버님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죄송한 마음이 많이 생겼다. 부담드리는 것 같기도 하고 염려끼치게 해드리는 것 같기도 해 죄송하다고 이야기했다. 아버님도 말씀 중에 도와주지는 못하는데 이런 이야기들 하신다는 표현을 하셨는데 다르지 않은 마음인 것 같다.

아버님 말씀대로 여유있도록 기다릴 수 있음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나의 가치를 포기해야한다. 며칠전 아내와 이야기하면서 나눈 내용인데 우리 부부의 유익도 있지만 아이들이 또래들과 같이 자라면서, 동네 이모삼촌들과 관계맺으며 마을공동체에서 얻는 유익이 참 크다고 생각하고 적어도 성인이 될 때까지는 이곳을 떠나지 않고 싶다고 했는데 장인어른께도 그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실제 여러 경제적 조건들이나 교회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제도들에 대해 설명드렸다.

아버님은 끝까지 하지말라는 말씀을 하시지 않으셨다. 나도 안한다는 이야기를 드리지는 못했다. 마음은 무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가볍기도 하다. 아버님의 말씀을 잘 새기면서 꾹꾹 담으면서 한걸음을 내딛어야지. 그렇게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