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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입원

[20:00]
희언이가 아프다. 이틀전부터 평소보단 찡얼거려서 성장통인가 싶었는데 어젯밤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 38.4도. 어른보다 기본 체온이 높은 아기에게도 높은 수치였다. 열은 항상 밤에 나는지라 소아과는 다 문을 닫았을 시간이었다. 즉시 아기옷을 벗기고 손수건을 미지근한 물에 적셔 몸에 묻혔다. 더디지만 약간의 효과는 있었다.

[03:00]
밤 늦게 해열제를 먹이려니 계량할 수 있는 컵이 없어 편의점에서 사왔다. 지음이가 쓰던 해열제가 냉장고에 2개나 있었는데 아쉽더라. 새벽이 되어서야 대략 37도 후반까지 열이 떨어진걸 확인하고 잠이 들었다. 희언이는 그동안 약간 예민하긴 했지만 괜찮아보였다. 

[08:00]
아침에 일어나보니 애가 많이 열이 올랐다. 39도. 해열제를 먹이기보단 빨리 소아과를 가기로 했다. 지음이를 공동육아 데려다 줄 준비를 하니 곧 희언이와 병원에 간 아내가 돌아왔다. 아기가 너무 어려 대학병원에 가야 한단다. 소아과 선생님의 성향을 생각했을때 심각하다 여기고 바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세브란스로 이동했다.

[10:00]
어린이병동에서 외래진료를 등록하는데 앞에 8팀이 있다고 했다. 병실앞에서 3-40분은 대기한 것 같다. 의사선생님도 백일이 안된 아기가 고열이 있음 안되기에 이것저것 가능성들을 다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입원이라는 말이 나왔다. 어제만해도 종합병원은 생각도 못했는데 입원이라니, 당황스러웠다.


끝없는 대기시간.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11:30]
한시간 후 병실입원이 가능하지만 열이 심해서 바로 검사를 받기위해 응급실로 옮겼다. 진료실에도 칭얼대는 아기들이 많았지만 응급실은 뭔가 전투적인 분위기랄까, 비장하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응급실에 있다.


조그마한 녀석이 링겔 맞으니 안쓰럽다


기저귀의 파란줄에도 차마 깨우지 못함

[여러 검사들]
고열의 원인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검사들을 많이 받았다. 귀온도를 재거나 키와 몸무게 계측은 물론이고 손가락에 채혈도 하고 엑스레이도 찍고(아기도 안전하단다) 척수액도 뽑고 발가락에서 피도 뽑고 소변도 가져가시고. 두어시간동안 별의별 검사를 받았다. 희언이는 씩씩한 아이인지 검사를 마치면 금새 우는걸 멈추곤 했다. 그래도 힘들었겠지. 안쓰럽다. 척수액이라니. 에휴


열이 날 때 힘들어서 많이 울었다ㅠ

[그래서]
다행히도 여러 검사결과들은 대부분 별 문제는 없다고 했다. 다만 염증수치가 많이 높다고 해 지속적으로 항생제를 맞고 있다. 열도 잘 안떨어져서 거즈에 물 적셔서 묻히곤 했지만 결국 항생제를 먹이니 열이 좀 잡혔다.
외래진료에서는 한시간 후에 입원가능한데 검사를 위해 응급실로 가라고 했는데 병실이 없는건지 10시간이 지난 지금도 대기중이다. 추가감염은 되지나 않을까 퇴원하면 안되냐고 문의했는데 염증수치가 높아서 어렵다고 한다. 아마 여기 소아응급실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될 것 같다.
계속 지내다보니 익숙한 얼굴들은 집으로 가거나 입원해서 없어지는데 밤이 되니 한가득 응급실로 온 아기들이 많다. 아빠가 까꿍하면 방긋 웃는 희언이가 참 좋은데 열도 좀 내리고 병실도 들어가고 집에도 가면 좋겠구나.


방긋 웃었지만 타이밍을 놓쳐 반영되지 않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