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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지음이 생일

오늘은 찜이의 생일이다. 등교길에 자전거에 태워 할아버지께 가려고 했으나 느닷없는 비소식에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잠에서 덜 깬 아이는 다시 잠들지도 못하고 아빠 품에 부비면서 도착할 수 있었다. 윤정고모가 준 구름빵 공연 티켓이 마침 오늘이어서 생일 오후까지는 할아버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평소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비몽사몽간에 출발함


첫 아이인 찜이, 임신을 알게 된 순간도, 세상에 처음 나타난 출산의 순간도 아직 생생하다. 결혼도 마찬가지였지만 아이가 태어난 그 때 내 삶은 커다란 분기점을 지나고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아빠라는 이름을 붙여준 고마운 녀석. 응아를 싸고 입을 옹알거리던 신생아 시절, 모유수유가 어려워 잘 먹지 못해 엄마와 고생하던 시기, 처음 몸을 뒤집어 막 칭찬해주던 그 날 등 금방 떠오르는 추억들이 참 많다.



머리 없던 그 시절



처음 뒤집기에 성공한 날. 좋다고 사진 올렸는데 다들 사고난줄 알았다고 ㅋㅋ



고열이 나는데 춤을 추던 아이. 이 때 알아봤어야 했나


가족과 부대끼며 살면서 매번 느끼지만 나라는 사람의 밑바닥 혹은 한계가 관계안에서 수없이 드러나곤 한다. 누군가 나에게 지음이와 희언이 중에 누가 더 좋냐는 질문을 한적이 있었는데 난 지체없이 지음이라고 대답을 했었다. 나중에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의외라고 생각하더라. 아마 지음이를 많이 혼내고 밀쳐내기도 하던 시기여서 그랬을 것 같다. 내가 가장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가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걸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이전에 유시민 인터뷰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매를 드는건 자기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글을 읽고 동의했었는데 나라는 사람의 그릇이 얼마나 작은지 아이가 존재로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끊임없이 한계를 자극하며 조금이나마 넓어지고 있음에 감사하다.



너도 괴롭냐, 나도 괴롭다


사실 지음이는 2015년을 맞이해 존재의 위협을 끊임없이 느끼고 있다. 오롯이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던 아이가 동생이라는 새로운 존재의 등장으로 자신의 몫을 나눠야 한다는걸 얼마나 이해할 수 있었을까. 지음이가 희언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애정과 질투가 혼재해있다. 동생이 참 좋지만 질투도 나고 본인도 아마 그 감정의 홍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것 같아 보인다. 아마 희언이가 몸을 사용하고 말을 하게 되면 잘 지내지 싶긴 하다.


위기촉발의 매력남


사실 사이가 나쁘지는 않다.


마을공동체에서 공동육아를 하면서 또래친구들과 어울려 사는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할 때가 많다. 항상 잘 지낼 수 없는거야 당연한 일이고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공동육아 처음 할 때 지음이가 친구들이랑 잘 안어올리고 혼자만의 세계에서 지내는 것 같아 안타까웠던게 엊그제인데 나름 베프같은 친구들도 생기고 관계가 형성되어 가는 것이 볼만하다. 어린아이 시절부터 자신을 아끼고 커가는걸 함께한 이모삼촌들이 많다는건 어떤 느낌일까. 가족과 '같은' 같이 자란 친구들이 있다는건 이 아이가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면서 어떤 의미가 될까.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선물이 마을공동체와 함께하는 삶이라고 생각하기에 현재 공동주택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영혼의 짝꿍같은 존재, 최영이와 함께


동갑내기 동성친구인 하엘이 : )


벌써 네살이 되었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아쉬울정도다. 하루하루를 때우며 살아가기엔 이 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는건 분명하니까. 그래서 올해는 지음이와 서울나들이를 좀 다녀보려고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서울의 곳곳을 가보고 싶다. 일일히 기억하진 못하더라도 카메라로 사진도 찍고 블로그나 페북에 흔적도 남기며 오늘을 기억하고 싶다.


지음이가 엄마뱃속에 있을 때부터 한가지 기도를 꾸준히 드렸었다. 이 아이가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되길, 또 그 사랑을 줄 수 있는 아이가 되기를. 사랑스런 지음이, 너가 있어 아빠는 참 행복하단다.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