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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써니(2011)

써니
감독 강형철 (2011 / 한국)
출연 유호정,진희경,고수희,홍진희,이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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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영화다. 타겟이 명확하고 전략도 확실하다. 한번 마음을 열면 넘어갈 수 밖에 없는데 도입부에 몇몇 웃음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유명배우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배우의 이름값이 영화의 흥행을 책임지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마켓팅이 특별하지도 않았지만 입소문만으로 흥행을 이루어낸 영화, 써니다.

 치약이름 같은 7080이라는 세대가 소비의 대상이 되면서 등장한 여러 기획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써니는 노골적으로 추억을 주요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소비자들이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게 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주부들의 추억담인데 서른도 안된 나도 애틋한 마음으로 1990년대 옛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으니까. 2000년을 살아온 10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굼하더라.

매끈한 영화이지만 이음새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현실과 동화간의 아슬한 줄타기가 확 깨는 부분들이 있고 (어쩔수 없었겠지만) 맘에 들지 않는 결말도 맘에 안든다. 도입부에 필살 웃음포인트들에 넘어가지 않았다면 확실히 구린;; 영화가 되었겠지만 이미 웃고 있는 나에게 그런 아쉬움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 동화와 같은 옛 추억이 현실에서 재생산되고 유지되는 것이 결국은 '돈'에 있다는 것이 씁쓸할뿐. 지금의 10대들이 영화속 그들과 다르지 않다면 공교육과 사교육의 줄다리기 속에 무한 경쟁속에 자라는 아이들에게 같은 추억을 심어줄 수 있을까. 그들이 자라났을 때 팔 수나 있는 추억이 있을까. 어렵게 간 대학에서 등록금을 대출받고 취업난을 뚫어야 결혼에 다시 빚을 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 이상 꿈이라는 단어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쓴웃음이 나더라. 이것마저도 판타지라니!

언젠가 1990년대를 추억하는 영화들이 나오겠지. 그리고 그 날을 흐믓하게 기억하는 날 또한 올 것이다. 그 때까지 버티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