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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병원에 가다

지난주 교회 모임에서 근황을 나누다 통풍 이야기를 꺼냈다. 오랫동안 나를 알던 이들이 건강을 위해 비만클리닉에 가보는건 어떻겠냐고 추천을 해주었다. 나름 진지하게 반응하고 있었는데 듣는 내 표정이 별로였는지 되묻더라. 몇달전 통풍이 도졌을 때만해도 진통제를 먹으며 식이요법을 하면 괜찮겠지 싶었는데 나름 관리에 들어간 뒤에 다시 재발하는 바람에 나도 내가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름 자출도 하고 식단도 정리가 되었음에도 확연한 변화가 없어 비만클리닉에 가는 부분도 마음이 어렵게 들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그보다는 살을 왜 빼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통통하거나 뚱뚱했던 아이였던 나는 몸무게로 인해 (내적으로는) 자신감도 없고 위축된 소년으로 자라갔다. 체형에 대한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20대에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는 나도 꽤 괜찮은 녀석일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면서 작은 목표가 생겼는데 행복한 뚱뚱이가 되고 싶었다. 달리말하면 뚱뚱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걸 증명하고 싶었달까. 공동체에 여러 어른중에 뚱뚱하지만 당당하고 자신의 삶을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이 하나 정도 있으면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친구들이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이 있었다. 간간히 옷을 살 때 같이 마음 어려운 날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날 사랑하고 지지하는 아내와 사랑스런 아이들과 함께라면 할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조금씩 건강의 문제에 답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통풍이란 녀석이 생활습관을 잡고 건강을 신경쓰게 하는 결정타가 되었달까.


아내가 통풍과 비만으로 검색해 홍제에 있는 한양그린내과를 연결해주었다. 집이랑 가깝진 않지만 다행히도 퇴근길에 들릴 수 있는 위치였다. 장대비가 내린 후라 어떨지 몰랐지만 한두시간 비가 오지 않는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열심히 자전거를 굴려 도착했다. 병원이라는 낯선 공간에 들어서는건 언제나 긴장을 동반하지만 한편으로는 홀가분하기도, 조금은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다.




의사분은 내가 통풍으로 왔다니 잘 믿어주지 않는 눈치였다. 혹시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퇴행성 관절염이 아니냐고 묻기까지. 나중에야 알았지만 통풍환자가 고통이 큰데 아무렇지 않아보여서 그러셨던 것 같다. 나도 그제서야 전날 응급실에 가서 진통제 처방받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근데 나 진짜 관절염은 아니겠지;; 비만에 대한 검사와 통풍 검사가 있을거라고 했다. 내가 한거라곤 피를 뽑고 심전도 검사를 받은게 전부. 병원에서 체중도 재고 전문적인 측정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다음번 진료 때 하나보다. 생각보다 진료비가 많이 나온것도 마음에 타격이. (거의 10만원 가까이 나왔다ㅠ 돈이 있어야 관리받을 수 있는 이 세상) 


체중감량은 약을 처방해주는데 두가지 기능이 있다고 한다. 식욕을 억제해주는 것과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것. 기본이 3개월정도 복용을 하는데 대체로 그 안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황을 봐가면서 조절한다고 한다. 오늘의 검사는 약을 복용해도 되는지 알아보기 위했던 것. 5일정도 소요된다고 해 다음주에 병원에 가기로 했다. 약은 비싸지나 않을까 약간 걱정이 된다.


물론 병원에 갔다는 사실이 통풍이 낫고 살이 쭉쭉 빠진다는 보장이 되지는 않는다. 의사샘도 약이라는건 전적으로 보조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해주셨다. 하지만 방향의 전환이라는 의미에서 어제의 병원 방문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굼하다. 나는 변할 수 있을까. 변하게 되는건 나의 어떤 부분일까. 그러기 위해 오늘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