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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공동체로 사는 이유

#. 일주일을 보내면 목-금 즈음해 한주의 피로가 몰리듯 일년, 혹은 학기의 삶을 살다보니 어느정도 패턴이 생긴다. 모임에서 나눔할 때 '방학 할 때가 다가오는 것'을 몸과 마음이 느낀다고 하니 공감을 잘 못하더라. 흠. 휴가와 방학의 차이인가. 항상 이 맘때쯤이면 학교에선 동료교사분들과 넋두리를 하곤 했던 것 같은데.

#. 의욕넘치는 3월을 알차게 보내면 중간고사 즈음해서 학기가 일상으로 자리잡고 기말고사도 마친 시기엔 깊은 피로가 자리잡는다. 학기말 업무들도 적지 않은 편이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해 지치는 마음이 들어서 잠시 쉼이 필요하구나 인식하게 된다. 좀 떨어져 있어야 다시 시작할 힘이 난달까.

#. 참 신기한게 2학기는 항상 빠르게 지나간다는거다. 1년의 농사가 1학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이번 학기는 나나 학생들이나 서로 잘 마무리되어가는 것 같다. 일주일 남은 학기에 누가 사고 치려나 ㅋㅋ

#. 어제 학교에서 넘 피곤해 집에 가면 암것도 못하겠다 싶었는데 집에 도착하니 새 집이 되어있었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은 이모들께서 집에 오셔서 정리를 해주셨다고 한다. 눈 둘 곳 없이 푹 꺼져지내야 했던 집이 다 정리되니 생의 의욕이 북돋아지더라. 책장을 옮기고 어항의 물을 비워 자리를 바꾸고 집의 구조를 싹 바꾸고 나니 새벽 3시가 되어 잠이 들었다. 몸은 좀비같았는데 정신력으로 되긴 하더라.

#. 공동체의 도움을 받았다는게 (=정리되지 않은 집을 보여주고 구석구석 드러난다는게) 자존심이 상하거나 불편한 정서가 순간적으로 훅 올라오더라. 어떻게든 내가 부득부득 할 수 있다고 하고 싶달까. 쉬운말로 쪽팔리다고 해야하나. 내가 그간 타인이 나의 삶에 개입할 때 얕은 수준으로 보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기꺼이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내 맘대로 되는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공동체적인 성향들이 길러지면 좋겠다. 마을공동체에 살게 되면서, 공동육아를 하면서, 공동주택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물리적인 거리가 실제 미치는 영향들을 체감하고 있다. 학부시절 IVF를 하며 느꼈던 갈등과 불편함, 실망들을 다시 반복하면서 내가 어른이 되어 괜찮은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젠틀하게 지낼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이 불편한 삶으로 복귀하면서 나의 모난 부분들이 드러나고 성숙의 발판이 되어질 수 있다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 직접적으로는 아내와의 관계를 통해,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경험하는 나라는 사람의 한계와 성숙의 열망들이 공동체를 통해 드러나며 빚어져 갈 수 있다는 것이 직접적으로는 싫지만 기대를 갖고 있다. 이것이 내가 여건도 없는 주제에 공동주택을 하게 된 이유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