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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포기하면 편해

페북 타임라인에서 교회누나가 친구와 애들을 데리고 여행을 갔다는 사진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나도 여행 가고 싶다는 그런 생각.

그러다 예전에 해외, 그중에서도 유럽에 대해 생각해본게 떠올랐다.


인생에 기회가 있다면 나에게 한번의 기회를 써버렸구나 깨달은건 결혼하고 꽤 시간이 지난 후였다.

나에겐 아이가 둘 있고 외벌이로 살고있다.

여러 선택에 대한 기회비용이 있는데 우리 부부에게 여행이란 그리 높은 가치를 지니진 않고 있다.

아, 그렇구나. 어쩌면 난 서양땅을 밟아보지 못할 수 있겠다. 뭐 그런 생각이었다.


왠지 한번은 가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이 생애에는 못할 수 있겠다는, 꼭 가야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하니 그냥 맘이 편해지더라.

대신 요즘은 인터넷이 있으니 외국의 도시 일상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이 생겼다.

(그리고 아직도 적당한 플랫폼을 찾지 못했다 ㅋㅋㅋ 노력이 필요하고 쉬이 되는게 아니라는 점에서 해외여행이랑 비슷한 듯 블로그를 찾아봐야하나)


정서행동장애 이론 중에 '합리적 정서행동치료'라는 이론이 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행동수정의 ABC이론의 변형이라 할 수 있는데 행동수정에서는 선행사건(A)에 대한 행동(B)이 결과(C)를 빚어낸다면 여기선 B가 '비합리적 사고'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 비합리적 사고에 논박을 통해 합리적 사고를 가짐으로 적절한 행동적-정서적 결과를 유발한다는 건데 이와 관련된 나의 경험을 생각해 보면 대학생 때 별것 아니지만 큰 깨달음이 떠오른다.

'내가 사랑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데 좀 더 정리해서 표현하자면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거 아닌가 ㅋㅋㅋ 인데 당시엔 그걸 몰라서 그리도 부단히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얼마나 마음 편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사람이 부자연스러워지고 더 외로움이 나를 맴돌아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것 같은데 생각의 변화가 가져온 내면의 변화는 컸다.

사실 이 생각의 기반에는 내가 사랑받을만한 존재라는 신학적, 존재론적인 깨달음이 밑바탕에 있었다.

이게 아니었다면 여전히 난 쏠로였거나 결혼하지 못했겠지, 안될거야 아마



끊임없이 무언가를 소유하고, 혹은 소비하며 행복을 찾는것을 벗어나는 연습중이다. 하지만 이번달 카드값은 어마무시했지

나의 생활을 바꾸고 새로운 자극이 되는건 좋지만 그 자체가 날 행복하게 할 순 없다.

아침에 학교 잘 다녀오라며 뽀뽀해주는 딸아이에게서, 날보면 아무조건없이 배시시 웃는 아들에게, 사랑스러우며 함께하고픈 아내의 품에서 찾는 행복이 있다.

그들과의 삶을 더 풍성하게 해준다는 점이 소비의 목적이지 않나 싶다. 언젠가 소비 없이도 행복하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음 좋겠다.


어쩜 정신승리일지도 모르겠다.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 말이다. 

어쩜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가졌을 때 그만큼의 만족을 가져다주지 않아서 말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삶은 계속되는데 인간은 유한한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