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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아이폰 5s 고장과 지난 기기들의 망가짐, 그리고 어른이 되어감

지음이가 나의 노트북을 망가뜨린 후, 내가 가진 물건들이 하나둘씩 잃어버리거나 고장나는 과정들을 겪으며 많이 마음이 어려웠다. 더 조심히 다루지 못한 나를 자책하거나 수리나 대체품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고 아내나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컸다.


왜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건지 며칠전부터 기미를 보이던 핸드폰을 약정이 끝나자마자 오늘 내 손으로 고장내버렸다. 수리여부와 상관없이 마음이 너무 어려웠다. 우연도 겹치면 우연이 아니라는데 힘겹게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정서적으로 바닥을 벅벅기다가 말씀앞에 머무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궁핍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굶주리거나, 풍족하거나, 궁핍하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웠습니다.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들이 나를 증명하지 않고 내가 없는 것이 나를 초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나를 찾고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나의 힘겨웠던 날들을 되돌아보며 그분의 흔적을 발견하고 앞으로를 신뢰하는 것.


고장난 폰을 수리해 사용하는 것도, 가장 최신의 6s로 기변하는 것도 마음 한켠 큰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더 차분하게 나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1차 후기)

의외의 기쁨을 발견했다. 어제 은정이와 대화를 나누며 내가 비교적 비싼 물건들을 구입하는데 거침이 없고 오랜 지름기간을 통해 물건을 보는 안목이나 삶의 질을 높이는 방식들을 잘 찾는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나 자신을 돌아보며 철없이 마음껏 소유하던 시기는 이미 지나가고 있고 이젠 돌아갈 수 없음에 마음이 힘들었다. 이전에는 여건과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 돌진했다면 이젠 내안의 자아가 가로막고 있달까. 어른이 되고 철든다는 것은 얼마나 기분 나쁜 일인가 ㅋㅋㅋ


여튼 고장난 핸드폰과 관련해서 아내로부터는 나의 결정을 신뢰한다는 결론을 들었고 어젯밤과 오늘 아침 이리저리 정보를 검색하고 계산기를 두들겼다. 어느정도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일까. 뭘해도 불편하던 마음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 부산을 떨었다. 


그러다 한가지 깨달음을 얻었는데 내가 계속 초점을 기기에만 맞추고 있어서(아이폰 6s를 살지, 6 중고를 살지, 5s를 고칠지) 통신요금이라는 변수를 놓치고 있더라. 알뜰폰 요금제와 와이파이 없는 직장을 커버하기 위한 포켓파이(와이브로), 통신사 변경으로 인한 각종 결합들을 알아보았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무제한 요금제만큼 편하진 않지만 감수할만한 불편함들이라 예상이 되었다. 실제 약정을 하게 되는 24개월 기준으로 계산을 해보니 통신사 기기할인을 포함해 30만원에서 50만원 가까이 금액 차이가 나더라. 유레카!


나의 욕구와 필요, 상황들을 종합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안목과 정보력이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좋다. 생각지 못한 기쁨이 있었다. 굳이 명명하자면 아끼는 즐거움이랄까. 나는 여전히 소유냐 존재냐는 질문 앞에 과감히 무소유를 선택하지 않겠지만 어제의 고백과 같이 이젠 아무 상관없다는 그 날을 향해 큰 발걸음을 땐 것 같아 감사하다.

(마지막 후기)

홍대에 있는 프리스비에 가서 언락폰으로 아이폰 6s+를 구매했다. 기존 유심칩을 넣으니 금방 인식되더군. 아직 핼로모바일 요금제를 신청하진 못했는데 처음 예상보다 비용이 오르는 것도 있고 절약하는 부분도 생기며 기존 예상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새 폰과 관련해선 감사히 새로움을 경험하는 중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크다'정도의 반응을 보이고 큰 관심은 없지만 은근 또 지른 것 아니냐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새걸 갖고 싶어 망가뜨린게 아니냐는게 사실이 아님에도 괜히 지탄받는 느낌이랄까. 


주일 설교에 같은 본문이 나와 깜짝 놀랐다. 하나님이 나에게 말씀하실 때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반복적인 메세지를 주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전히 말씀하신 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내게 주어진 것들에 대한 책임감, 겸손한 마음으로 나의 소유를 보는 관점이 생긴 것 같다. 


페북에서 몇년전 포스팅을 보여주는 기능을 보다가 이전 아이폰을 샀던 날의 글을 보았다. 그 때에도 좋고 감사하고 오래오래 쓰고 싶다고 글을 썼더라. 역사는 반복되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ㅋㅋㅋㅋ 그래도 정말 별다른 일이 없는한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