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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2015 중등 임용고사 미응시와 한해 결산

연례행사처럼 매년 이 맘때쯤 돌아오는 두가지가 있다. 겨울방학과 임용고사. 한해를 정리하게 되는 시기인만큼 더더욱 나의 지난 생활을 돌아보고 자책하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결혼 후 나에게 주어진 몇가지 과업(?)들이 있었다. 임신-출산-양육의 사이클에 있는 아내를 도와 매일같이 누적되는 집안일처럼 에너지가 드는 소소한 일들부터 건강을 위해 체중 감량을 해야하지 않냐는 것도, 매년 새로운 학생들과 격년 새로운 학교(+동료교사)에 적응해야하는 직업적인 상황들. 뭐 하나 우선순위를 매겨 중요하다고 하기엔 어려웠다.


2015년은 돌이켜보면 그간 나의 생활들의 결과물이 누적되어 드러난 해이기도 했다. 통풍이 도지고 잇몸이 욱씬거리는 등 몸의 신호가 하나 둘씩 나타날 때마다 되는대로 살아왔던 습관들이 나를 괴롭게 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조금씩이나마 생활을 변경하게 되었다.

 - 새로운 학교가 집과 거리가 어정쩡한데다 대중교통은 여러번 환승해야해서 큰 맘먹고 구매한 전기자전거는 운동의 의미가 더욱 커지다 일반 자전거로 변경했고

 - 통풍약과 더불어 한동안 채식만 가득한 도시락을 싸고(지금은 주로 채식으로 바뀌었다ㅎ)

 - 매우 꼼꼼한 양치질과 더불어 리스테린을 항상 사용하고 아마존에서 워터픽이 배송되고 있다


나름이나마 건강을 챙기다보니 부수적인 효과들이 있는데 체력이 향상되고 있다. 밤이 되면 확 졸리고 아침엔 눈이 떠지는, 낮에도 더 맑은 정신과 신체컨디션으로 지내게 되고 있다. 지난주말 내내 컨디션 난조인건 함정.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나의 과업들에 대한 정리가 되고 있다. 우선적으로 운동 및 식이로 건강관리를 하며 체력을 향상시키고 그것을 바탕으로 공부를 하자는 건데 별 것 아닌 결정같지만 이도저도 안되면서 부담만 가졌던 때보다 한결 맘이 편해졌다.


그렇게 12월을 맞이했다. 어김없이 임용고사의 시즌이 되었고 습관처럼 응시료를 납부했다. 하지만 올 한해는 나 스스로 부끄럽지만 준비되지 않았고 시험을 보는 의미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혹은 면피였을지도. 시험장 분위기나 경험은 있고 문제는 금방 얻을 수 있으니까. 응시했다면 누군가에게 수고했다고 위로받을 수 있지만 나 자신에게는 부끄럽기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고 올해는 시험을 보지 않기로 하였다. '응시료가 아깝네' 선에서 말을 건네준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전기자전거에서 일반 하이브리드로 바꾼지 한달이 다 되어간다. 출퇴근시간은 조금 더 길어져 더 부지런해야하지만 생각보다 긍정적인 면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건 내가 밟은만큼 움직인다는 점이다. 아무도 나에게 전기로 다닌다는 것에 조롱이나 비난하진 않지만 나 스스로 운동이라는 관점에서 떳떳하지 못한 마음이 있었는데 편도 20.7km를 순전히 내 힘으로 다닌다는게 나 자신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영하의 추운 날씨와 눈 등 좋지 않은 여건에서도 꾸준히 자출할 수 있는데는 그런 마음이 크다. 자전거를 바꾸면서 관련 용품들도 새로 구입하는 바람에 비용이 적지 않게 들었지만 잘했다고 뿌듯하게 생각한다.


임용고시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말은 뿌린대로 거둔다이다. 어느정도의 요행을 바라더라도 내가 뿌리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득이 없을 것이다. 오늘의 씨앗이 뿌려져 언젠가일지 모르는 거두는 날이 오게되리라 믿는다. 나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오늘의 주어진 몫을 담당해보기로 한다. 다시 돌아올 내년 이 맘때의 임용고사에는 합격-불합격과 상관없이 뿌듯함이 있기를 기대해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