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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생일_아침

누군가를 사랑한다는건 근사한 일이다.
나의 삶에 맘껏 영향을 미치는 댓가를 감수하더라도
매일 눈 앞에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는건 분명한 축복이다.

오늘은 딸, 지음이의 생일이다.
전날 꿈틀에서 늦게 끝나고, 아내와 서로 지친 상태로 투닥거렸지만 아침에 눈이 뜰 때 개운하게 잘 일어났다.
한시간 가량의 주어진 시간동안 방을 정리했다.
깨끗하게 청소하진 못하더라도 빨래를 한 곳에 모으고, 책을 꽂고, 장난감을 통에 넣고, 쓰레기를 넣으니 그럴듯하게 정리되었다.

그리고 전날 아내에게 부탁해 받은 수채화 엽서에 편지를 썼다.
아직 글씨를 읽을준 모르지만 마음을 꾹꾹 담아 썼다.
어젯밤 산 선물상자에 올해의 선물인 올림푸스 카메라를 넣었다.
결혼무렵 샀던 마포카메라인데 안쓰인지도 오래되었지만 사진 찍는건 잘 되는 녀석이다. 요즘 핸드폰을 쥐어주면 유튜브를 보다가도 여기저기 사진 찍는걸 좋아하길래 선물로 생각했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시각도 생기고,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아이가 되길 기대한다고 엽서 내용을 마무리했다.

그 사이 지음이가 눈을 떴다.
아이를 안고 뽀뽀하며 생일축하한다고,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음인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어제 할아버지할머니가 오셔서 물감을 줬는데 그걸로 엄마와 물감놀이를 했다고 했다.
저녁에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고 약속하며 출근길에 나섰다.

그러고보면 매년 지음이가 늦게 잠들어서 자정마다 촛불을 껐던 것 같다. 이제야 수면 습관이 잘 정착해서인지 어젠 일찍 잠이 들어 생일케익은 오늘 밤에야 할 수 있겠다.
덕분에 오늘 일과는 기운차게 보낼 수 있을듯. 축하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