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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둘째 이야기

둘째는 참 다정한 아이다. 막내가 제멋대로 패악질을 저질러도 속상해서 울면 울었지 힘을 써서 자기 마음대로 하는걸 본적이 없다. 동생과 놀 때도 얼마나 다정다감하게 말을 거는지 모르겠다.

한편 둘째는 굉장히 정서적이고 마음이 단단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첫째가 안정감있고 독립적인데 비해 둘째는 자신의 감정이 중요하고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 몹시 속상해한다.

오늘은 첫째가 마을공동체 꿈틀에서 동극 공연 리허설이 있어서 수영에 함께가지 못했다. 언제나 그랬듯 옷을 갈아입히고 샤워실을 지나 수영장에 들어가라고 기분좋게 인사하고 헤어졌는데 5분이 지나도 수영장 창문 안으로 둘째가 보이지 않는 것 아닌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하면서 하다가 도저히 아닌 것 같아 가보니 탈의실에는 애가 안보이고 샤워실을 들여다보니 샤워기에서 나오는 세찬 물길을 맞으며 서럽게 우는 둘째가 있었다.
자초지종이 궁금은 하나 꺽꺽 우는 아이의 마음이 진정되도록 달래고 기다려주었다. (그나마 마음이 가라앉았을 때 찍은 사진이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막상 호기롭게 수영장에 나갔는데 누나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놀랐던 것 같다.

장형 아빠로서 아이를 다그쳐 다시 들어가게 할까 잠시 고민도 되었지만 오늘은 날이 아니었던 것 같아 다시 옷을 갈아입히고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내려가는 길에 종알종알 떠드는 아이를 보니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