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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첫째가 밴드를 잃어버렸다.

오늘 수영을 마치고 둘째를 씻기고 옷 갈아입힌 후 첫째를 기다리는데 표정이 여간 어둡지 않은가. 수영시간에 앞으로 나가질 못해서 스트레스 받던것도 오늘 잘했는데 뭔일이지 싶었다. 롱패딩 안으로는 깜박하고 입지 않은 윗도리 대신 내복이 보이고 있었다.

“아빠, 팔찌를 잃어버렸어요”

오마이갓. 여기서 팔찌란 가민의 비보핏 주니어2를 말한다. 작년 여름 이후 체중은 급격히 증가했는데 운동량이 많이 부족해 나름 거금을 들여 산 제품이었다. 무엇보다 아쉬운건 첫째가 지난 몇달간 활용을 잘했던지라 어떻게 대체할 수가 없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플 내에 부모-자녀 계정 간 보상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는데 매우 잘 사용중이었다)

꽃무늬 밴드가 오늘 잃어버린 그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영을 마칠땐 있었는데 옷을 갈아입으려 잠깐 바닥에 두었더니 사라졌다고 한다. 흐으. 그나마 다행인건 이전같으면 버럭 화를 낼만한 일인데 오히려 마음이 크게 격할것 같아 나 스스로가 먼저 조심스럽게 아이를 대하게 되었다.

안에 도우미 선생님께도 찾아달라고 부탁드렸다는데 다시 한번 들어가 찾아보라고 했다. 역시나 감감무소식. 셔틀시간이 다 되어서야 도우미 선생님이 버스 놓칠까 허겁지겁 데려다주셨다. 그때까지도 나도 어떻게 해야할지 정리가 되지 않아 허둥대다가 결국 셔틀버스도 놓치고 말았다.

체육관 언덕에서 내려가는 길은 조용했다.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아는데 다그치고 싶진 않았다. 다만 성정이 꼼꼼하진 못한 부분은 앞으로도 본인이 신경써야 할 영역이라 생각되어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기분이 좀 어때
안좋아요. 속상해요.

물건을 아무대나 두면 다른 사람 마음에 욕심이 생길 수 있어. 그래서 자기 물건은 잘 챙겨야 하는거야.
얼마전 지음이 저금통에 십만원 들어있던거 기억나니. 아빠가 돈을 보이는데 놔두어서 지음이가 저금통에 넣은거지. 그 때 너가 당당하게 지음이 돈이라고 했던것처럼 욕심이 생기면 잘못할 수 있어. 그때 돈을 가져간 지음이도 잘못했지만 아무데나 돈을 둔 아빠도 잘못을 한거야.

지음이가 아끼는 물건이었는데 잃어버려서 아빠도 아쉽다. 아빠가 지금은 캠핑도 다녀오고 여유가 없어서 새로 사주거나 하기는 어렵지만 방법을 찾아볼게.

잠깐의 대화를 마친 후 마음이 좀 풀렸는지 둘째와 장난도 치며 집으로 돌아왔다. 난 조용히 베란다에 있는 서랍장을 열었다. 그리고 구석에 보관되어있던 mi band3를 꺼내 충전했다.

물론 아이는 대만족 ㅋㅋㅋ

그나마 다행인건 비보핏 주니어를 구입해야 어플등록이 가능한데 밴드 분실 이후로도 핵심기능인 어플 사용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밴드를 통해 할 수 있는 직접적인 기능들은 다 핸드폰으로 해야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비보핏 주니어는 아이에 맞춰진 제품이다보니 일반 스마트밴드에 비해 제한적인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미밴드야 활용도에 있어서 훨씬 확장적이다. 물론 본인이 사용하기 나름이지만. 첫째는 밴드로 전화나 카톡 알림이 오는 걸에 매우 좋아했다. 미밴드로 핸드폰 찾기 기능을 알려주니 눈이 동그라진다ㅎㅎㅎ

나름의 계획으론 아이가 3학년에 올라갈 때(=둘째가 입학할 때) 첫째에겐 아이폰8+와 미밴드를, 둘째에겐 지금 첫째가 쓰는 삼성폰을 (첫째가 너무 잘 사용해서 둘째도 비보핏을 세일할 때 하나 사주었다) 막냉이에게 비보핏 주니어를 줄까 했었는데 다 엉클어지고 말았다. 그때까지 핸드폰이나 안잃어버려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