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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20240416 / 518과 6월항쟁, 세월호

얼마전 총선기간에 아이들과 정치얘기를 하다 짧게 근현대사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승만의 제주 4.3이라던지, 박정희의 유신독재 등을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누구나 공과 과는 있지만 부모가 아이를 때리면서 공부 1등하게 되었다면 잘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늘 첫째가 수업시간에 광주 5.18에 대한 내용을 배웠다고 했다. 광주 사람들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했다. 우리가 박근혜 퇴진하라 거리에서 행진할 때 군인들이 총을 쏜거와 같은 일이었다고 설명하면서 마침 오늘이 세월호 10주기라는 이야기가 목에 걸려 넘어가지는 못했다.

내가 성인이 되어 알게된 근현대사는 이미 지난 일이 되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구조가 되어 있었다. 이미 나에게 김영삼은 민주화 운동의 기수이거나 삼당합당의 중심인물이라기보다 한나라당 출신 대통령이었고 군부독재나 삼당합당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은 거대한 보수여당으로 발현되어 있었으니까.

집에서 사회 문제집을 풀면서 5.18은 학교에서 배웠는데 6월 항쟁은 안배운거 나왔다고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너희의 518, 6월항쟁은 세월호이고 이태원참사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전에 내가 살아가는 현대사의 진행형이라는걸 알게되었다.

항상 마음에 담아놓고 살아가지는 않지만 잊혀지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그 날. 당시 교사였던 나는 교실에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를 들었다면 우리반 학생들과 함께 꼼짝없이 죽었겠구나 싶었다. 그 날 수많은 학생들이 죽었고, 그 후로 많은 유가족들이 길에 나왔다. 이제는 좀 나아지겠지, 싶던 바람도 허망하게 지나버리고 과연 우리 세대에 진실에 가까운 무언가를 알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기도 하는데 없던 일처럼 여기라거나 이젠 지난일이라고 하면 그렇다고는 못하겠다.

고작 한명의 힘없는 시민이지만 지치지 않고 기다리고 기억하는 것이 언젠가 올지도 모르는 연대가 필요한 때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기로.

주말에 역사박물관에 가고 싶다는 아이에게 대답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어떤 일들을 겪어왔고 어떻게 오늘의 모습이 된건지 이야기를 나눠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맑게 할아버지는 5.18 때 기억이 있으실테니 물어봐야겠다는 아이에게 그 시절을 살아갔던 할아버지가 아빠에게 광주에 대해 한번도 이야기해본적이 없으시고 모든 선거에 민정당계를 찍으신다는걸 어떻게 이야기 해야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