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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결혼반지를 잃어버리다

학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주. 에버랜드로의 현장학습을 앞두고 책임자라는 부담은 영하 10도의 맹추위만큼이나 무겁기만 했다.

내가 놀이동산을 가면서 이정도로 무감각한적이 있었나. 용인으로 향하는 버스안에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바이킹에 올라타서도 학생들이 사고치지 않을까 긴징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소소한 사건들을 지나며 점심시간을 느꼈는데 순간 왼손가락에 허전함을 느낀 것 이다. '결혼반지가 없다'

언제나의 프로세스가 발동. 오늘 아침부터의 행적을 되돌아보고 내가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가능성이 있는 순간들을 되새기고, 언젠가 버스에서 띵- 하고 무언가를 떨어뜨렸는데 지나친 일이 불현듯 떠오르며 그것이 피곤에 절었던 아침이었는지 헷갈리고… 엄한 가방은 몇번을 뒤적거렸는지. 분명 내 손가락이 반지가 빠질만큼 헐렁하지 않았는데!!!

결국 나의 정신세계는 체험학습 인솔과 반지의 행방으로 나뉘어버린 것이다. (마이 프레에셔스~~~)





은정이를 생각했다. 내 아내는 서운해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을것이란 신뢰가 있음에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얼마나 무겁던지. 전화로 집에서 찾아보라고 부탁하는데 역시나 나의 마음을 헤아려준다. 고마워 여보ㅠ

한동안 '행복하냐'는 질문을 서로에게 많이 던졌던것 같다. 폭풍일정에 지쳐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던 적도 많았다. 막상 반지를 잃어버리니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소유한 많은 것들이 있지만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을 준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반지의 행방에 신경이 쓰였지만 진정 연말의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2011년에는 취업을 하고 결혼도 하고 아기도 생겼다.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는데 마무리하며 감사하게 되는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공동체가 나에게 있다는 것이다. (요즘 교회사랑이 심해져 좀 불안하다; 반동이 생길까봐;)

반지는…음 집에 있더라 ㅋㅋㅋ 뿅!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