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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이름짓기

#. 아직 뱃속에 있을 때 나의 기준은 '사람들에게 놀림받지 않는 이름'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벱에서 신입생들을 만나 자기소개를 하면서 머리속으로 번뜩 연상되는 단어를 가진 친구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친근함을 위해 별명을 맞추기도 했지만 후에는 이 친구들이 19년동안 익숙하다 못해 지겨워진 단어로 자신이 설명되어 왔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부를수 없겠더라. 그러면서 굳이 아이에게 놀림받을만한 이름을 지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던거 같다.


#. 아이가 태어난 후 많은 분들이 하돌이 이름을 물어보셨는데 아직이라는 대답을 하며 초초해져 가더라.
아벱에서 한학기동안 사용하는 P를 정하는 것도 에너지와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데 한번 정하면 평생 사용할 이름을 정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신중해지기만 했다. 왠지 번뜩이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은데 잘 안된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이전부터 생각하던 '하선'이나 '인애'라는 두개의 후보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나 다른 이름으로 해야할까 고민이 많이 되었다. 하돌이가 태어난 후 어설픈 육아를 하며 더욱 분주해진 일상속에서 이름을 정하는게 마음 한켠 부담이 많이 되었다.


#. 그렇게 시간만 흐르면서 새삼스레 이름이란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름에는 뜻이 있고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아이에 대한 부모의 바람이 들어있다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짧은 시간이나마 내가 우선으로 생각했던 것이 사람들이 기발하다 여기고, 감탄할만한 뜻이 담겨지길 바랐던 마음이 앞서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임신기간부터 하돌이가 태어난 일주일이 되는 지금까지 순간의 필요에 반응하는데 급급하느라 아이가 어떻게 자라나고 살아가기를 생각할 여유를 가지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더라.


#. 아직 아이의 이름을 정하지 못했다. 다만 내 마음이 조금 변했다고 할까.
아이를 향한 부모의 기대를 담은 이름을 짓기로. 나의 깊은곳으로부터의 신앙고백이 그 안에 담기기를 바라는 것 말이다. 또한 양가 부모님이 우리에게 아이 이름을 지을 수 있도록 지지해주셔서 참 감사하다.


이 시간이 하돌이를 양육하는데 있어서 좋은 계기가 될 것만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