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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하.나.의. 여름수련회 후기

2012년 여름수련회 '욕망과 함께 춤을' 가 끝났다. 

이번 수련회만큼 기대하는 마음없이 참여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 갓 백일된 아기와 정리는 꿈도 못꾼 새로 이사한 집, 얼마 남지 않은 방학기간 등등

게다가 욕망이라는 주제를 세미나로 풀어낸다고 했을 때 과연 잘 다룰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있었다.


수련회 기간동안 나의 욕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나면서 나 자신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생겼다.

나라는 사람이 욕망하는 것들이 내가 바라는 것보다는 내가 해(내)야하는 것들만 떠오르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정규직으로의 전환이나 이사과정의 마무리 같은 경제적 안정들로 가장으로의 책임이 크다는걸 새삼 느꼈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 성실함을 가르쳐 주시고 그렇게 살아오신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성실하실 뿐 아니라 믿음으로 사는 삶을 살아가심에도 불구하고 IMF 이후 경제적인 압박을 받으며 지내시는 것을 보며 결혼 이후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이나 임신이라는 불확실한 상황들을 통해 내 안의 불안감이 증폭되어 살아왔던 것 같다.

나의 궁극적인 욕망은 나 자신, 가정, 공동체의 하나님의 계획하신 모습까지의 지속적인 성장이었지만 안정감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장되지 못한 채 무기력한 삶을 이어왔다. 안정감을 찾기 위해 '나'라는 존재를 지워버림으로 혹은 상기시킴으로 평화의 상태를 만들고자 끊임없는 자극들로 중독상태를 반복해온 것이다.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들이 이제는 주인노릇하며 하며 더 깊은 수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런 거짓평화로 유지된 안정은 작은 상황에도 쉽게 흔들려 존재를 위협하곤 했다.


여기에서 나는 법칙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곧 나는 선을 행하려고 하는데, 그러한 나에게 악이 붙어 있다는 것입니다.나는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나,내 지체에는 다른 법이 있어서 내 마음의 법과 맞서서 싸우며, 내 지체에 있는 죄의 법에 나를 포로로 만드는 것을 봅니다.아, 나는 비참한 사람입니다. 누가 이 죽음의 몸에서 나를 건져 주겠습니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건져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니 나 자신은,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섬기고,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고 있습니다.



궁극의 욕망을 성취하기 위한 안정은 나의 의지나 능력, 수고로 유지되거나 상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게서만 주어질 수 있다는 것. 성장을 위한 도구적 욕망인 온전한 안정감을 얻을 때에야 내가 건강한 방법으로 삶을 운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나 힘을 얻게 된다. 하나님 안에 거하는 것이 수단이자 목적이 되는 것이다.

내가 여전히 비정규직이고,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삶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그런것들이 나의 존재에, 궁극적 욕망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키는데 수련회의 기회가 참으로 감사하다. 첫 세미나 시간에 정리되지 않는 나의 마음을 보며 그간 너무나 많이 분열된 상태로 살아왔다는걸 알게 되었다. 일주일 후의 나의 모습은 꿈꾸지 못한체 그때그때의 필요에 반응하며 허덕이는 삶을 살아왔었다. 통제될 수 없는 육아의 시간들을 보내다 이사를 통해 경제적 위협을 받게 되니 그간 눌렀던 자아의 불안이 폭발한체로 수련회에 들어왔던 것이다. 더 늦지 않은 시간에 수련회의 시간을 주신 하나님과 수고한 준비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하나님은 여러분 안에서 활동하셔서, 여러분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릴 것을 염원하게 하시고 실천하게 하시는 분입니다.


keyword : 하나님안에서의 평화, 하나님안에서의 기쁨, 유일한 해결이신 하나님


그리고.


수련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쉼을 갖고 있는데 누군가가 문을 두들겼다. 문 앞에는 이사온 빌라의 여섯가구 중 네 가구의 주민분들이 찾아와 있었다. "지금 302호 때문에 말들이 많아"로 시작된 이야기는 우리가 앵글로 설치한 에어컨 실외기로 인해 빌라 내 다툼이 있었고 옥상으로 다시 설치해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 상황을 이해하신다지만 전혀 상관치않는 통보와 자칫 왕따라도 시킬 것만같은 위협적인 분위기들에 분노가 묵직하게 올라오는걸 느꼈다. 법적으로 해결해야하는 것인지 생각하다 명호삼촌께 연락을 드리고 잠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상의 법이 아닌 그리스도의 법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옳고 지혜로운 것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사실 주민들과 싸우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무리한 이사과정에서 경제적인 압박이 있었기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기도를 하고 명호삼촌과 이야기를 나누고 은정이와 얘기하면서 주민분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하였다. 더 나아가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선으로 대하기 위해 이사 겸 백일떡을 돌리기로 결정하였다. 이런 결정의 과정에서 기도하며 찬양을 듣는데 내 마음 깊은 곳에 예수님을 소유하고 싶은 깊은 갈망이 터져나왔다. 수련회 기간동안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지만 깊이 기도하지 못했는데 내면 깊이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내 안의 기쁨이 잘 전달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