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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호빗 : 뜻밖의 여정



호빗 : 뜻밖의 여정 (2012)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7.9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이안 맥켈런, 마틴 프리먼, 리차드 아미티지, 제임스 네스빗, 켄 스탓
정보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뉴질랜드 | 169 분 | 2012-12-13


호빗 : 뜻밖의 여정-이하 '뜻밖의 여정'-은 (무려 세시간 분량인) 한편의 독립된 작품이지만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온전히 종속된 작품이기도 하다. 반지의 제왕의 첫 작품이었던 '반지원정대'는 (나를 비롯한) 수많은 톨킨이 구축한 방대한 세계를 낯설어하는 사람들에게 초대하는 역할을 해야했다면 '뜻밖의 여정'은 이미 반지의 제왕 세계를 경험하고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패키지 선물처럼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뜻밖의 여정'은 작품 하나로 평가받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애정을 가진 분들과 보지 않는 사람들 간에 '뜻밖의 여정'에 대한 온도차는 크게 차이가 날 것 같다. 

길고 긴 러닝타임을 보내면서 내가 톨킨이 구축한 이 세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새삼 알 수가 있었다. 다시 중간계의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하던지. 몸이 꼬이고 엉덩이가 아픈건 어쩔 수 없다지만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반지의 제왕의 흔적들을 발견할 때마다 혼자 흐믓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ㅋ 여전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나왔다고 할까.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전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는 달리 간달프의 비중이 많이 늘어났는데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스토리의 치밀함을 원하시는 분들에겐 아쉬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원정대의 수많은 드워프들도 각자의 케릭터를 잡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지도. 그리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아는만큼 풍성해지는 요소들이 있는것도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다. 


피터 잭슨은 호빗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기존의 초당 24프레임에서 48프레임으로 확장한 신기술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시사회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화면이 너무 쨍해서 적응하는데 애먹었다는 평도 있고 좋다는 이야기도 많았는데 단한번의 극장관람기회일 것 같아 왕십리CGV 아이맥스 HFR 3D로 보았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는데 3D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는걸 느낄 수 있는게 눈이 특별히 피로해지지 않고 자연스레 효과들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아바타를 처음 봤을 때만큼 기술적 혁신에 감탄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HD가 자연스레 자리잡았듯 HFR도 영화, 특별히 블록버스터에서 표준으로 잡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지의 제왕부터 광활한 자연을 웅장하게 담아내던 스타일이 아이맥스와 HFR로 인해 더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게 나중에 더 큰 상영관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2003년에 매트릭스와 반지의 제왕을 영화관에서 접하고 적어도 3년간은 이 영화들로 인해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2013년 겨울에 개봉할 '스마우그의 폐허', 2014년 여름에 개봉한다는 '또 다른 시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구나. 이 영화들이 우리 세대의 스타워즈 시리즈같은 명작의 반열에 들겠지. 참으로 행복한 기다림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