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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베를린



베를린 (2013)

The Berlin File 
7.9
감독
류승완
출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이경영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13-01-29

베를린을 보면 이전 쉬리를 보았을 때가 생각이 납니다. '아, 우리나라에도 이런 영화가 나오다니!'하는 감탄 말이죠. (물론 첫 블록버스터나 다름없는 쉬리의 임팩트가 더 강하겠지만요) 그런 맥락에서 한석규의 출연은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연기는 뿌나에서나 구타유발자들 같은 작품들이 연상되었지만요.

또한 이 영화는 류승완이라는 감독에 대해 주목하게 됩니다. 사실 류승완 감독의 작품 -특히 그 중에서도 액션영화!- 은 출연하는 배우들보다 감독의 흔적이 더 묻어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40살을 맞은 '액션 키드' 류승완 감독은 그의 짝꿍 정두홍 감독과 본인들의 스타일의 액션을 마음껏 펼쳐봅니다. 그런 맥락에서 그들의 쌈마이 액션이 가득한 '짝패'가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이 둘이 영화를 계획하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낄낄거리며 즐기지 않았을까요ㅎ 인상깊은 장면으로는 표충성이 건물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헐리우드 영화라면 한두군데 부딪히며 완충효과를 보고 주인공이 툭 털어내고 일어나는 정도로 처리될 장면이 그 곳에 '이미' 있었던 전기줄(빨랫줄인가요;;)에 몸이 걸리면서 붕붕 돌려지고 이곳저곳 우당탕 부딛히며 떨어지는 모습에 두 분이 요런데에 더 정성을 들였겠다 싶더라구요. 나중에 감독 인터뷰 보니까 이왕이면 더 아프게 보일 수 있도록 굴러 떨어져도 계단으로 떨어지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구요 ㅋㅋ 장르영화의 맛을 살려내면서도 한끗 부족한 스토리라인 또한 류승완 감독 답다는 생각이 나구요. (부당거래의 각본 정도의 수준으로 베를린을 썼다면!) 저는 진심 류승완 감독이 거장으로 자리잡길 기대하고 있습니다ㅎ 재능만큼이나 영화를 사랑하는 그의 열정에 의심이 없기도 하구요. 외국의 타란티노 감독이나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처럼 말이죠. 

주연들의 연기도 대사 전달력의 부족을 제외하면 훌륭한 편인데 저는 전지현의 연기가 돋보이더군요. 인물 자체가 뻔할수도 있는 역할일수도 있는데 무심히 던지는 한마디나 눈빛이 감정의 파장이 남더라구요. 하정우야 뭐…30대 또래에서는 이미 부동의 원탑일 뿐 아니라 이 시대의 최고의 배우로의 필모를 성실히 채우고 있습니다. 류승범은 북한장교역할임에도 특유의 양아치스러움(!)을 승화시켰더라구요. 이 부분에서 류승범만의 아우라는 정말 최고입니다. 불미스러운 사건이후로 조심스레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이경영의 모습도 볼 수 있구요.

마지막으로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이 된 한국사회를 보게 됩니다.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갖는 상징성은 사실 우리 사회의 이면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번에 헐리우드에서 북한이 백악관을 점령하는 테러리스트로 등장하는 영화가 개봉하던데 결국 우리 누구도 이념의 세계안에 자유로울 수 없겠지요. 이데올로기라는 단어가 의미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말이예요. 왜 목숨을 걸고 이짓을 하는가에 대해 '일이니까 하는 것'이라는 대사처럼 이 영화는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의 후속작은 나올까요. 결말에서 한껏 분위기를 내었다는 면에서는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류승완 감독의 이미지를 생각해볼 때 먼 훗날이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쨋든 재미나게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