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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7번방의 선물


7번방의 선물 (2013)

9.1
감독
이환경
출연
류승룡, 박신혜, 갈소원, 오달수, 박원상
정보
드라마 | 한국 | 127 분 | 2013-01-23
글쓴이 평점  


참 영리한 영화. 영화를 기획하는 과정에서나 담아내는 과정에서 본인들이 무엇을 의도하는지 분명히 알고 차곡히 쌓여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관객들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확실한 웃음포인트를 잡아내고 후반부에는 어김없이 눈물을 터뜨린다. 앞서 영화를 보신분들이 머리로는 아무렇지 않은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그것도 주룩주룩) 흐르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왜 그런지 알듯도 싶었다. 게다가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인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120% 이상 소화해낸 갈소원양이나 본전 이상은 뽑아주는 조연들의 연기가 삐끗하기 쉬운 각본을 오히려 살려준다. 전작에서 전설의 카사노바로 강렬한 마초적 인상을 준 류승룡은 극의 중심답게 충분히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송강호, 최민식, 김윤석에서 하정우로 이어가던 원톱 남주의 흐름에서 그가 이어갈 행보가 기대된다. 그만의 길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요소들이 버무려져 천만영화의 문턱까지 거의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분명한 단점 또한 존재하는데 각본의 구멍이 보인다는 점이다. 막 던져놓고 주워담지도 못하는 불성실한 수준의 내용은 아니지만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야기가 끌려갈 때 '이건 좀 아니지않나..' 싶은 순간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7번방의 선물이라는 영화가 동화와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할지라도 곳곳에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설정들로 인해 최소한의 현실성을 보여줘야 하는 입장을 가지는데 그런 미세한 틈이 영화의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방해하는 것이다. 사법살인이라고 말하기엔 애매한 감이 있지만 사회적 약자인 -그것도 마냥 선량하기만한!- 장애인에게 법이라는 거대한 권력이 짖누르는 모양새가 썩 불편함을 자아내면서 장애인의 인권이나 정의의 문제에 대해 슬쩍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펼쳐지고 있는 순수의 세계이기만한 동화적 요소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균형을 깨뜨리는 장면들에서 낯설음 또는 냉소의 태도를 짓고 있는 나를 본 것 같다. 


더군다나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류승룔이 연기한 케릭터에 대해 마냥 호감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때로는 경도 지적장애같아 보이다가도 자폐성향이 보이기도 하고 혼란을 주는 장면들이 있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형태는 아니기는 하다.) 류승룡이 연기하기 위해 디테일하게 관찰하였다는건 인정한다. 극후반에는 점차 아빠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며 비장애인 같은 느낌을 주는 연기를 하는데 불편함을 주지 않는 선에서 훌륭히 표현해주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끝무렵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의 류승룡 연기의 백미라 할 수 있었다. 기타 등장인물들의 연기는 다 이야기하기엔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쓰지 못하지만 다들 이야기를 맛깔나게 잘 살려주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롯데시네마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지정된 영화관의 한 회차를 아가들에게 개방해주는 이벤트를 진행중이어서 오랫동안 벼르다가 드디어 이용할 수 있었다. 아내와 함께 영화관을 갈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고 지음이가 영화관에서 즐겁게 잘 지내줘서 세가족이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음이의 첫 영화관 영화가 7번방의 선물이라니!- 감사한 시간. 다음 기회가 다시 있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