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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고장

인생이란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지만 맥락이라는게 있어서 같은 시기에 비슷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방학을 맞이하고 몸도 어느정도 괘도에 오르고 아내와 아이도 다시 집으로 돌아와 일상이라는 것이 익숙해질 무렵 나의 기기들이 고장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 증상이라는건 앞서 천천히 나타날 수도 있고 알지 못하는 사이에 확 드러나기도 하는데 간만에 없는데서 느껴지는 빈자리의 존재감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

 

#. 아이팟 클래식(애플 mp3 플레이어, 7세대, 160g, 실버)

 - 왜 샀을까, 이미 음악듣기의 시대는 스마트폰으로 넘어간지 오래인데. 더군다나 나는 스트리밍 요금제를 꽤 빨리부터 듣기 시작했는데 mp3 플레이어가 왠말인가. 더군다나 하드가 들어있어서 조심히 다루지 않으면 쉽게 고장을 일으킨다는 그 물건을.

아이리버나 코원과 같은 mp3 플레이어들을 사용하기도 하고 CDP나 MD도 사용해봤었는데 갑자기 나타나 시장을 평정해버렸던 애플의 제품은 나에게 로망을 남겨주었던 것 같다. 터치휠이라는게 아직도 아날로그적인 매력을 풍기고 있고 애플의 플랫한 음색 또한 과장된 음장효과들에 질려있던 나에게 나름의 정답과 같았기에 이미 끝나버린 시대의 유물과 같던 아이팟 클래식으로 나의 휴대용 음악기기의 끝을 내고 싶던 마음이 솔직히 있었다. (이 시도는 절반의 성공만 거둔 것 같다.)

- 요놈이 언젠가부터 컴퓨터에 꽂아도 반응이 없고 충전기에 꽂아도 충전이 안되는 듯 싶더니만 결국 배터리의 수명이 끝나고 다시 켜지질 않는 것이다. 얼마전 시내에서 시간이 남았을 때 때마침 아이팟 수리센터가 눈에 띄어서 찾아가 알아보았는데 배터리의 문제인지 충전이 안되는 증상이 맞다고 하더라. 부품교체나 수리가 아닌 리퍼제품으로 교환을 해야한다고 하고 8만원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 여전히 음악은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듣는 시대가 되었고. 더군다나 나는 아이폰으로 돌아와 있을 뿐더러 아이튠스 매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팟 클래식만의 매력은 여전히 유효할 뿐더러 그만의 음색이 있다는걸 알기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리퍼 서비스를 받으려고 생각 중이다.

 

# MDR-1r(소니 헤드폰, 회색)

 - 출퇴근을 비롯한 외출이 잦고 대중교통 이용으로만 이동하는 나에게 헤드폰은 음악, 팟캐스트 등으로 하루 2-3시간은 넉넉히 초과사용하게 되는 필수품이나 마찬가지이다. 결혼 후 첫 선물이었던 BOSE 헤드폰에서 더 상위 기종으로 넘어가고 싶어서 알아보았던 (당시 신제품이었던) 소니의 MDR-1r은 아웃도어용으로 1) 모양새가 잘나옴 2) 착용감이 정말!! 좋음 이라는 두가지 이유만으로도 엄청나게 매력을 풍기던 녀석이었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이 제품의 출시했던 시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소니의 힘찬 약진을 지켜보게 되는 것 같다. 막상 사고나니 비슷한 포지션의 모멘텀을 들어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외부에 나 혼자 있을 때 언제나 나의 귀에는 이 헤드폰이 자리잡고 있었다.

- 내가 너무 험하게 보관해서 그런건지, 아기가 헤드폰을 막 다루어서 그런건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부터 소리를 재생할 때 지직거리는 듣지 못하던 소리들이 한가득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런류의 소음이라는게 모르면 그냥 넘어갈수도 있지만 한번 들리기 시작하면 끝까지 신경이 쓰이는 거라 이후로는 팟캐스트를 듣더라도 지직거리는 소리가 항상 들리게 되었다.

- 언젠가는 고쳐야지, 하면서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미루고 있는 수리ㅠ 이제는 지지직거리는 소리에 적응이 되어 그려려니 하면서 듣게 되는 지경이 이르게 되었으니 주객이 전도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니 서비스 센터에 들릴 때 한번에 수리를 맡겨야 할듯 싶다.

 

#. RX100(소니 카메라)

- 출시부터 엄청나게 화제를 일으켰던 소니의 괴물 똑딱이 RX100. 미러리스는 가볍게 이기고 DSLR도 뛰어넘는 화질과 성능이라는 칭찬이 곳곳에 자자했고 주머니에 들어가는 극강 휴대성은 기존 똑딱이의 문법을 몇걸음 뛰어넘었다는 평들이 많았었다. 아이의 일상을 찍고 싶다는 생각으로 서브 카메라로 구입했지만 메인 카메라였던 D7000의 활용도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던 먼 훗날에도 소니의 역작으로 평가받을만한 카메라였다. (아마 신혼선물로 샀던 D7000을 눈물을 머금고 팔 수 있었던 것도 RX100의 존재감이 작용했었을 것 같다.)

- 가족들과 시내 나들이 나가서 메모리카드가 가득 찰때까지 잘만 있어왔던 카메라가 갑자기 전원을 껏다 다시 키라는 문구가 뜨더니 전원을 꺼도 렌즈가 안닫혀있고 전원을 키면 다시 문구가 뜨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방학을 맞아 어느정도 마음을 다잡고 아이와 가족과 많이 사진을 찍으려고 했었는데.. 이게 왠 날벼락인가! 싶어 서비스센터에 전화해봤더니 렌즈에 이상이 있는 것 같으니 가져오라고 이야기를 한다. 부품교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고 고장난 원인을 찾으려는 늬앙스를 보아하니 유상 수리의 기운이 물씬 풍겨온다. 안되ㅠㅠ 하지만서도 우리집에 (아이폰을 제외한) 유일한 카메라이기에 시간 되는대로 용산에 찾아가 보려고 한다. (소니 서비스센터는 영등포가 전설이라고 들었었는데 얼마 전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

- 수리비용이 얼마가 나올지 긴장이 된다;; 하지만서도 이건 고쳐야겠다. 혹시나 수리가 안된다고 하면ㅠ A7으로 가지 않는한 이번에 나온 두번째 버젼이나 원래 가지고 있던 녀석을 중고로 구매하는 방법도 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다. 다만 서비스 센터로 갈만한 시간이 언제 생길진 잘 모르겠다.'

 

 

사실 이 외에도 아기가 욕실까지 굳이 들고와 떨어뜨려 가장자리가 깨져버린 애플 터치패드나(ㅠㅠ) 언제부터인가 파란잉크가 나오지 않아 헤드교체를 해야하는 맘에 들지 않는 프린터 등 손 볼 녀석들이 더 많기는 하다만 일단 일파만파 커지는 이 고장의 흐름부터 끊어야 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