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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정리

개교기념일(!)을 맞이하여 그간 하고 싶었던 집정리를 단행하였다. 사실 정리라기 보다는 구조변경에 가까웠는데 집이 항상 어수선한데는 1차적으로 우리의 게으름이 큰 몫을 차지하지만 구천을 떠도는 원혼마냥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수많은 물건들을 감당할 수 없던것도 사실이니까. 


집을 정리한다는건 헝클어진 일상을 다시 잡아가는 것과 같다. 되는데로 흘려버린 것들에게 자리를 제공해주고 다시 삶을 살아갈 안정된 기반을 만들어 가는 것이니. 그 과정에서 나에게 불필요한 것들을 걸러내고 버리는 것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은 소소한 기쁨이자 통찰의 순간이 된다.


신혼집에서 두번의 이사를 거치며 점점 평수는 줄어들고 물건을 늘어만 가면서 의식적으로 경계하지 않으면 집안이 쓰레기장처럼 되어버린다. 공간에 대한 최적의 구성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물건을 하나 구입할 때도 정말 필요한 것인지, 어떻게 보관해야할지 생각하는 습관이 자리잡은 것 같다. 이번 정리에서는 2인용 쇼파를 버리게 되었다. 인터넷 최저가로 구매한 녀석이었지만 나름의 푹신함과 깔끔함으로 잘 사용했었는데 결정하게 되었다. 지난번에 침대를 부모님께 드렸을 때에도 아쉬움이 있었지만 한결 쾌적해진 경험이 있었기에 비교적 쉽게 마음을 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항을 옮기고 책장을 다른 방으로 배치하고 쇼파를 버리면서 큰 틀에서의 구조변경을 마쳤다. 조금은 시야가 트이는게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 주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내 마음도 한결 정돈되고 가벼워졌을까? 요즘 수많은 말들을 하면서 혹여나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까, 내 마음의 부적절한 상태가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된다. 나의 말하는 습관이 나름의 확신과 논리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쓰이는 것 같다. 겸손하지 못하다면 상대방에게 폭력이 되기 쉽기에 마음의 동기를 확인하고 조심스레 전달하는 습관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불필요한 것들을 치우며 한결 가벼워지고 안락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