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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fm2014

#. 충동적이진 않았다. 다만 그 때가 왔음을 알고 있었고 실행에 옮긴 것 뿐이었다.

리그 우승을 대체로 첼시에게 넘겨준건 속이 쓰리지만 서너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거의 연달아 하면서 목표의식이 상실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혹 이젠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 현실에서는 어린 선수들이 주전이 되고 핵심선수가 되어 경기장을 누비는 모습이 생소했을지도, 월드컵에서 기고 나는 선수들이 퇴물이 되어 은퇴수순을 밟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어색함이 싫어서였을까. 


#. 한가지 분명한건 '재미가 없어서' 그만두는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즐긴 게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즉각적으로 답을 할 순 없을 것 같지만 머리속에 목록을 작성하면서 떠오를 것이라고 확신할 정도로 즐겼다. 아내가 서운해하기도 하고 나 스스로 짬을 내지 못해 아쉬워하기도 하고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들여 했던 게임인건 맞다.


#. 다만 몇번째 시즌이었는지 충동적으로 저장-불러오기로 만들어낸 우승이 마음 한켠에 찝찝함으로 남아있다. 이 게임의 진정한 매력은 내가 게임을 총괄하는 신이 될 수 있다는 것보다 불확실함속에 예측과 분석을 통해 좋은 관리자가 되어야 하는건데 저장-불러오기만큼 이 게임에 적합하지 않은 짓거리는 없는 것 같다.


#. 월드컵 기간에 축구게임을 종료한다는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만 요녀석을 떠나보내면서 채울 수 있는 현실의 많은 것들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가뿐히 결정할 수 있었다.


#. 2015년에 만나게 될까.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