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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8체질 검사 완료

한주정도 걸린건가. 집에서 걸어다닐 거리도 아니고 만삭의 아내가 몸이 많이 불편해 신경이 쓰이다보니 길게만 느껴졌나보다. 잠깐 누워서 맥잡고 침 맞는게 다였는데. 아참! 나름 가려먹느라고 스트레스 받아서 그랬구나.

한의사께서 두번째 진료날에 가볍게 던진 몇마디가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
지금 부인분이랑 정반대로 가시는거 아시죠. 아니 체질이 뭔지도 모르고 아내의 오랜 바람으로 간 한의원인데 내가 어떻게 알아. 아내는 고기를 맘껏 먹어야 건강하다고 한다. 가려먹을 것도 몇 없단다. 반대체질은 내가 (상대적으로) 싫어하는 해산물만 맞는다는데..

결국 그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중간에 가려먹는 것도 바꿔보고 침도 계속 맞으면서 혹시나 아내와 같진 않더라도 비슷한 걸로 나옴 좋겠다 생각했는데 나란 사람은 ​
금음체질이란다. 모든 육류가 가장 안좋고 그 다음으로는 밀가루와 유제품. 카페인도 안좋고 ​암튼 다 안좋단다!!

다행이다. 미리 언질을 들어서.

내가 그간 인생을 잘못 살았구나, 류의 한탄은 3~4일정도로 끝냈고. 이냥저냥 체념에 가까운 수용의 마음이 들더라. 그나마 그동안 원없이 고기 먹어서 다행이다. 내가 가려먹지 않고 다 맛있게 먹을 수 있어 감사하다. 이젠 야식은 커녕 나름 건강식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고기는 일주일에 한번정도만 먹는 계획을 세울까 하는 미래지향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결혼하고 꽤 오래 수입에 비해 지출을 많이 하는 삶을 살았다. 즐거움 중에 돈 쓰는 즐거움이 최고라는 나름의 지론으로. 마음이 힘들 땐 특별히 고가의 장비를 사고. 쪼들리면 어떻게 버티고. 뭐 이런 식으로. 그러다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자연히 들었다. 지금도 신용카드 지출을 용돈과 생활비, 체크카드로 변환하기 위해 어렵지만 노력중이다.

어른이 되어가나보다. 전에는 신경쓰지도 않던 건강까지 챙겨야겠단 마음이 들다니. 내 체질은 사실 마른 사람이 대부분이란다. 아님 극도로 뚱뚱한데 이는 체질과 상관없이 살아서 그렇단다.

ㅋㅋㅋㅋ

체질식 하다보면 평생 한번도 해보지 못한 날씬이가 될지도 모르고. 그놈의 만성피로도 벗어나고. 이렇게 쓰다보니 집에 있는 옷들이 안맞음 어쩌나 싶은 설레발이. 안그래도 살이 잘 빠지는 체질인지 물어봤더니 대답이 명확하지 않던데


아마 1-2년전의 나라면 한의원도 가지 않고 체질을 알아도 신경도 안썼을거다. 아내가 바라지 않았다면 평생 고기나 먹다 갔었을거다. (좋은데?) 오늘도 작지만 분명하게 변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