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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상

파퀴아오 vs 메이웨더

#. 먼저 난 제대로 된 복싱경기(1라운드부터 마지막 판정까지)는 오늘 처음으로 본 복알못임을 밝힌다. 더 파이팅을 열심히 보긴 했는데 도움이 안되었으려나ㅋㅋ

#. 그런면에서 나같은 사람도 끌어들일 수 있는 엄청난 이벤트였음은 분명함. 파퀴아오도 이름과 얼굴만 알았지 세부적인 스토리는 전혀 몰랐는데 검색으로 미리 공부했다는ㅋ 인터넷 커뮤니티들의 설레발들도 한몫하긴 했다. 왠지 놓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 SBS에서 준비를 너무 잘해주었다. 앞선 특집프로그램도 두 선수에 대해 잘 설명해주었고 해설들 사이에 배성재 아나운서가 투입된 것도 아주 좋았다는. 엄청 큰 이벤트이기 때문에 현지에서도 경기직전까지 두근대게하는 분위기를 잘 형성했다.

#. 경기 자체를 보자면 대부분의 예측대로 메이웨더의 판정승으로 끝났는데 사람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메이웨더가 비겁했다 혹은 자신의 커리어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비판이 많은 것 같다. 근데 난 다른 생각이 들더라. 복싱의 룰 안에서 메이웨더는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짜왔고 그걸 파퀴아오가 뚫어내지 못한 인상이었다.

#. 몇해전 무리뉴가 첼시를 끌고 챔스에서 수비축구를 선보였을 때 안티싸커 논란이 일어났었다. 실리를 위한 전략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경기의 즐거움이 줄어든다고 비판할 수 있을까. 프로스포츠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는게 이런 논란이 종종 일어나는 때가 있는데 난 감독이 자신의 전술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전체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면 제도를 통해 제한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물론 메이웨더가 파고들어오는 상대를 클린치로만 상대하고 더군다나 틈날때마다 바디를 가격하고 헤드락을 거는 등 매너없는 플레이를 하긴 했지만 이 또한 심판에게 제지 받지 않는 용인된 선 안에서 한 플레이니만큼 비난의 여지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메이웨더에게 인파이터식의 경기방식을 기대한건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상대가 엄청난 실력의 선수임을 인정하기 때문에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경기 전체의 판을 짜오지 않았나 싶다.

#. 오히려 파퀴아오의 경우 어떤 전략을 세우고 왔는지 잘 모르겠더라. 메이웨더를 상대로 판정까지 끌고 가면 자신에게 불리하단걸 알았을텐데 결국 경기의 어느 지점에는 승부수를 걸어야 하지 않았을까. 물론 메이웨더에게 통하지 않을 경우 자신의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겠지만 인파이터가 최고수준의 아웃복서를 상대할 때 어쩔 수 없이 안아야만 하는 리스크 아닐까 싶다. 그런면에서 파퀴아오의 선택이 아쉽고 찝찝한 기분을 남기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 파퀴아오는 종종 메이웨더를 코너에 몰아 때리곤 했는데 모는 놈도 대단하지만 몰려도 유효타 한번 안내주고 그 상황을 피하는 녀석도 대단하더라. 수비만 한다고 골이 안들어가는게 아닌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 암튼 다음에 이정도 복싱 이벤트가 있을까 싶다. 지금까지와 같이 내가 관심을 갖고 볼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만 최절정 고수들의 대결이니만큼 재미있게 잘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