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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사이드웨이(2004)

사이드웨이
감독 알렉산더 페인 (2004 / 미국)
출연 폴 지아매티,토마스 헤이든 처치,버지니아 매드슨,샌드라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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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친구와 단 둘이 떠나는 와인 여행! 이라니. 결혼을 앞두고 하루의 쉼도 가지기 힘든 나에게 그들이 보내는 일주일이 가능한 것인가, 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하더라.

여기 두 친구가 있다. '한 때' 잘나가던 배우인 잭은 자신이 출연하던 드라마에서 인기스타가 될 수 있는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지금은 간간히 광고에 (이제는 목소리로) 출연하며 살아가고 있다. 또 다른 친구인 마일스는 글을 쓰는 영어교사인데 작은 출판사에서 자신의 소설을 검토중에 있다. 대학 룸메이트였던 이들이 잭의 결혼을 앞두고 여행을 떠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여행을 떠나는 둘의 목적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코스와 일정을 준비했지만 잭은 결혼 전 마지막 일탈을 꿈꾸며 여자를 만나고 싶어하고 와인애호가인 마일스는 곳곳에 좋은 와인들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잭에게 와인이란 여자를 만나기 위한 접선의 자리이자 넘어뜨리기 위한 수단이고 마일스에게 와인여행에서 만나는 여자란 회복되지 않은 이혼의 상처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잘 어올리는 여성이 관심을 보이는 자리에서도 진탕 와인만 마신 후 전처인 빅토리아에게 전화를 하는 찌질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해석공동체에서 승주삼촌은 잭은 현재를 살아가고 마일스는 과거와 미래를 살아가는 인물이란 말씀을 하셨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인기스타가 되지 못한 자신의 커리어는 여자를 만나는 도구로만 쓰일 뿐 지난날에 대한 아쉬움 하나 없어보이는 잭. 결혼이란 미래의 구속 앞에 당황하는 그는 자신의 결정이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오늘의 즐거움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여행에서 만난 스테파니는 딸이 있고 안정된 관계를 원하는 이혼녀(미혼모였나;)보다는 화끈하게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여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녀와의 짧지만 자극적인 만남으로 결혼을 엎을 고민까지 하는 잭은 철들지 않은 중년이다. 한편 2년 전 이혼한 빅토리아와 마시기로 했던 좋은 와인을 여전히 손대지 못하는 마일스는 여행 중 그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여행중에도 출판사의 전화를 끊임없이 기다리는데 그의 직업인 영어교사란 전업작가가 되기 전 밥벌이에 불과한 것 같다. 와인에 관심을 보였던 빅토리아에 비해 마일스가 여행에서 만난 마야는 와인에 대한 조예와 함께 양조장을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는 여자로 마일스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빅토리아와의 '가능성'때문에 그녀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두 사람은 여행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그 과정은 깨어짐을 통해 찾아오는데 잭이 곧 결혼하는 것을 알게 된 스테파니와의 헤어짐이, 마일스가 출판사의 거절과 빅토리아의 재혼과 임신 소식을 들음으로 그들의 과거와 미래, 현재에 대한 바람이 끝이 나게 된다. 잭은 어렵사리 되찾은 결혼 반지로 결혼을 하고 마일스는 아껴준 와인을 햄버거와 함께 마셔버린다. 그렇게 중년의 두 친구는 인생을 배우게 된다.

포도주가 와인이라는 것을 올 해 들어서야(!) 알게된 무지한 나같은 사람도 와인 한 병 사러가고 싶을 정도로 다양하고 맛깔나는 와인들이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마일스는 마야와의 대화에서 포도를 기르고 와인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들어가는 것이 인생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와인과 여자를 찾으러 떠난 여행은 결국 인생을 만나기 위함이었던가. 마일스와 잭은 자신의 삶의 기준의 깨어짐을 경험하면서 다른 길 또한 존재함을 알게 된다. 바로 그 지점이 영화의 제목인 사이드 웨이의 뜻이 아닐까.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절친인것처럼 말이다.

결국 잭은 결혼식을 무사히 치르고, 마일스는 빅토리아를 떠나보내게 된다. (마야와의 만남은 인생의 선물과 같을지도!) 

나 또한 삶의 갈래들 앞에서 오늘만 고집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과거의 연민이나 미래의 불확실한 기대속에 오늘을 놓치고 있지 않은가. 에잇, 모르겠다. 와인이나 한병 마시고잡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