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읽기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 :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것들.




그들이 돌아왔다. '싸구려 커피'로 순식간에 떠오르고 미미시스터즈를 앞세운 '달이 차오른다'로 존재감을 확실히 새긴 이들. 당신엔 몰랐지만 '별일없이산다'는 작금의 현실에 꼭 필요한 예언자적 메시지로 들리기도 한 알쏭달송한 '장기하와 얼굴들'이다.

대중의 반응이 워낙 컸던만큼 다음 엘범의 준비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다음 엘범에 대한 기대는 얼마나 기발한 음악을 들려줄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을테니까. 다행스럽게도 장기하는 대중의 이런 반응들에 어느정도 초연한 자세를 가지게 된 것 같다. 우리가 원하는 놀이장단에 맞추기 위해 부단히 애쓰려하기 보다 그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엘범이라 생각한다.

그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원맨밴드프로젝트였던 1집과 달리 2집은 밴드의 정체성을 실은 것 같다. 모든 곡에서 신디사이저의 선율이 들려오고 전자기타의 비중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장기하라는 프론트맨의 개성을 밴드가 받쳐준다고 할까. 보완이라기보다 확장이나 강화가 어올리는 것 같다. 이번에 새롭게 협동프로듀서로 참여한 하세가와 요헤이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는데 엘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통해 키득키득 거리는 모습이 보일듯 했다.

TV에서 비쳐지는 모습이나 그의 지인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장기하는 꽤나 진지한 청년인듯 싶다. 음악에 대해 장난스럽게 여긴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쩌면 그는 지금 이 순간에서 더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보다 멀리 내다보는 선택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그는 특별하지만 대중들의 귀에 촥촥 감기는 맛은 예전보다 덜한 새로운 그들의 엘범. 1집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의 다음 행보가 궁굼해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