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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상

2016 국회의원 선거 개표사무원 후기


#. 17:00 집합
     17:20 교육
     18:00 개표 시작
     21:30 야식 제공(KFC 트위스터/콜라)
     22:30 개표 종료 및 해산(남아있는 팀도 많음) / 간식 제공


#. 나의 역할은 '투표함접수부'
 - 투표장에서 도착해 서류점검을 마친 투표함을 개표소로 들인다
 - 각 지정된 개함부에 투표함을 옮긴다
 - 참관인 참관하에 투표함 개봉 및 잔여표 확인
 - 투표함 뒷정리를 한다


 


#. 어려움
 - 투표함을 확인하는 속도에 비해 투입된 사람들이 많다
 - 그러다보니 투표함 한번 들어보려면 눈치싸움을 하게 됨
 - 한두사람씩 자기구역이 생겨가는데 난 자리를 못잡음;
 -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성과가 없어 민망함

 

#. 감정적인 소감
 - 아, 난 무한경쟁사회에서 자영업은 죽어도 못하겠구나
 - 나도 표 만져보고 싶다
 - 팔 힘을 좀 길러야할듯 / 이사연습하는 느낌이랄까
 - 개표참관인 앞에서 일할 땐 거대한 악의 축에서 일하는 듯한 느낌이, 일거리 잡고 돌아다닐 땐 민주주의의 한 역할을 한것 같은 뿌듯함이. 
 - 생각보다 시간이 훌쩍 간다
 - 자정 넘어도 낼 출근해야겠지ㅠㅡㅠ
 - 개표방송을 보지 못하는게 많이 아쉽다. 이번 선거만큼 계속 정보업데이트하며 몰입한 선거가 없었는데 어느새 투표종료가 되고 어느새 당선 확정이 뜨기 시작함ㅎ
 - 여기가 심상정 의원 지역구여서 실시간 개표상황을 볼 수 있었음. 
 - 아는 사람이 없어 외롭다. 근데 보조배터리 충전시켜놓고 안가져왔다ㅠㅡㅠ

#. 인강깊은 것
- 의외로 참관인이 많아 놀랐다. 학생들이 단체로 온 경우도 있었고, 어린아이와 같이 온 가족도 있었다. 난 투표의 중요성을 배우며 자란 세대가 아닌지라 더 신선했음.
  - 시장돗대기같은 분위기여서 뭔가 엉성하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오늘 하루 한정적으로 지켜본 바로는 여기서 뭔가 부정작업을 하기란 쉽지 않겠다는 것. 일단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음. 그러나 여기에 오기 전까지의 과정에 뭐가 있을지는 나도 모르지.
 

#. 에피소드
 - 어떤 참관인이 갑자기 나한테 개봉대기 중인 투표함을 특정동걸로 바꿔달라고 부탁함. 뭔일인가 했더니 그분은 기자분인것 같고 거기가 포인트여서 빨리 개표되면 좋겠다함. 
 - 선거를 대하는 사람들의 감정들이 막 드러나는데 몇몇 분들에게서 선거는 조작되거나 개입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시는게 강하게 느껴진다.
1) 관리자에게 따지다 언성이 높아진 개표요원 두분이 계셨는데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특종이라도 되는양 폰으로 녹화 시전. 선관위 직원분들은 쩔쩔매는데 꽤 오래 걸렸음.
2) 참관인 아주머니 한분이 계시는데 본인이 작은 틈이라도 하나 잡을듯 겁나 돌아다니심. 안타까운건 그 분이 잘못된걸 찾고자 하는 열정만큼 참관인의 업무를 성실히 하시지는 않으심. 개표도중 표 한장이 바닥에 떨어진 일이 있었는데 포스가 장난아니었음. 물론 일하는 입장과 감시하는 입장이 다르니 벌어질 수 있는 일이지만 실수를 의도적인 잘못처럼 대하는 태도가 불편한건 사실이었다. 
3) 역시 일하기 쉬운 타입은 선거를 일로 여기고 처리하려고 하는 직원분들. 개표원들이 쉬고 싶어해도 빨리 마치고 집에 가야하지 않냐며 거침이 없다.
 4) 그에 비해 한 참관인 아주머님은 다른 사람들 적당히 보고 쉴 때 계속 자기 역할 해주시면서 투표함 개봉의 일등공신이 되심. 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