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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위기는 기회인가, 실패의 전조인가

매년 채용신체검사를 받는 나는 검사결과를 수령하기 전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는 연락에도 무덤덤했다.

이내 그래왔듯 간수치가 높게 나왔고 체중을 조절해야 하니, 약을 먹어야 하니 이야기 후에 합격 소견을 받겠거니 했다.


어라, 근데 아니었다.


20대부터 고질적이었던 간수치는 물론, 고혈압에 당뇨라는 처음 듣는 상태가 추가된 것.

그나마 대충 넘어갔던 간마저도 초음파 검사를 꼭 받아보라고 이야기를 하더라.

(최근 검사일이 2016년이라 그때랑 상태가 또 다를 수 있다면서;)

의사선생님의 박력에 이틀만에 또 채혈을 하고 당뇨검사를 신청했다.


전날 아침에 깨서 깜박하고 콜라 한모금을 마셔서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몸이 망가져가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라고 받아들여졌다.


그럴만도 한게 작년 일년간 꽤나 무리하며 살아오긴 했다. 

퇴근 후 세 아이를 챙기면서 집안일을 전담으로 하다보니 새벽 3~5시에 잠들고 출근해서 비몽사몽간에 일하며 쪽잠을 자곤 했었다

나름의 책임감과 열심으로 건강을 해치면서 지낸 것.

게다가 부족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편의점 음식들을 자주 사먹기도 했으니 건강검진 결과가 이상하게 생각되진 않았다.


어쩌지.


다행히도 공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거슨 체중감량 ㅋㅋㅋㅋㅋㅋㅋ 아, 지겨워

집으로 가는 길에 생각을 정리하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우선적으로 편의점과 탄산음료를 끊어야겠단 결심을 했다.

가끔 제로콜라 정도만 먹고 의도적으로 안먹으려고 한다.

더불어 현재도 어설프게나마 간헐적 단식을 하는 중이었는데 (오후 8시 이후~ 오전 11시까지) 여기에 더해 밤에는 저탄고지 식단을 하려고 한다

점심이야 급식을 조정할 수 없기도 하고 도시락을 쌀 상황도 안되니 그냥 먹되 아침은 안먹고 저녁만이라도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려고 한다.

생각지도 못한 두부 제안을 해주기도 하고 잘 도와주려고 아내가 애써주는 것에 고맙더군.


어제는 급한대로 고기를 사와 여러 방법으로 조리된 양배추와 함께 식사를 했는데 포만감도 들고 좋았다

근데 내가 체질이 육식이랑 맞지 않다보니 화장실을 몇번 갔다는

한두달전에 유튜브에서 똥다이어트 후기라는 제목을 봤었는데 그렇게 살빠질지도 모르겠더라 ㅋㅋㅋㅋ


위기는 기회인가, 아니면 실패의 전조인가.

행복한 뚱뚱이로 살고싶던 나의 바람은 1차 통풍에서 어긋나더니 여러 지표들에게 산산히 깨지고 말았다.

119kg에서 어디까지 내려갈지, 나의 의지가 욕망을 이겨낼 수 있을지 간간히 기록을 남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