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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페북 안녕, 그치지 않는 비

#. 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아마 몇번 시도를 했었을거다. 대체로 페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물리적으로 차단을 해보고자 했었다. 하루이틀정도는 마음 편히 보내다가도 가벼운 마음으로 접속해보면 자연스레 다시 로그인하며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한두달여전 교통사고로 아내가 입원하고 아이들은 부모님댁에서 일주일가량 지냈던 적이 있었다. 지금에야 고작 일주일이라지만 당시엔 기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었고 몸도 안좋다보니 정서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다. 당시 퇴근하고 아내 병원에 잠깐 들려 30분도 주어지지않는 병문안 시간을 보내고 나면 불꺼진 집에서 혼자 멍하니 보내다 잠드는게 일상이었다. 나름 혼자 있다고 영화도 보려고 했는데 나도 환자인지라 체력도 안되고 이도저도 아니게 시간만 보냈었었다.

당시 페북이나 인스타에 들어가면 내 또래 지인들의 가족사진을 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 마음의 문제겠지만 그냥 보기 싫더라. 웃긴건 그 전까지 아이들 사진이나 가족의 잘 지내는 모습을 열심히 올리던게 나였던거지. 그 때 처음 결혼하지 않았거나 자녀가 없는 사람에게는 나의 포스팅이 불편함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 마음이 무디어져 가면서 다시 페북이나 인스타  계정을 열어두긴 했지만 전처럼 포스팅을 자주 올리게 되진 않았다.

어제 저녁 퇴근길에 박원순 시장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불안했다. 미친듯이 쏟아지는 찌라시들과 추측성글들을 보다 밤늦게까지 공식발표를 보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깼을 땐 맨유 경기나 챙겨보려고 했지 머리속에 잊고 있다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글을 보고 쿵, 하는 느낌으로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게시판에는 그를 추모하는 글과 비난하는 글들로 가득하고 죽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하다.

얼마전 안희정 모친상에 대한 정의당의 논평을 보고 참담한 마음이었다. 부모의 죽음을 마주한 사람에게 보일 수 있는 예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게 맞는건지. 세금이 아깝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참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다. 안타깝게도 오늘 타임라인에도 비슷한 논조의 이야기들을 볼 수 있었다. 안희정은 재판 결과라도 나왔고, 모친상이었다지만 장례식도 치르지 않은 본인의 죽음에 성범죄자 취급을 하는건 너무 섣부르지 않는가. 공과 과라는 마법의 단어도 진상이 밝혀지거나 장례가 마친 후 사용해도 늦지 않을텐데 굳이 그래야만 하는건지. 이러다가 지인에 대한 마음이 짜게 식어버릴 것 같아 일시적으로 차단을 할까했다 내 계정을 비활성화 했다.

우리는 대체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걸까. 세월이 하수상하다.

오늘 서울엔 비가 내렸다. 울적한 마음에 날씨마져 비가 오다니. 지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오랜만에 endless rain을 들었다. 수많은 말보다 음악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오늘이었나보다. 요시키의 질주하는 드럼이 차라리 고인을 떠받드는, 비하하는 말들보다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 같다. 울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