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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240416 / 컨디션 좋은 날의 불안

정신과 약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지 보름정도 되었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한 세월이 걸리는걸 보며 내가 게으르거나 마음먹기를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겠다는걸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해야하고, 해내고싶다는 것만으로 파산과 이혼에도 버티고 살았는데 한번 꺽인 마음이 복구가 잘 안되더라.

친한 동생에게 정신과를 소개받았는데 좋은곳이라 그런지 예약이 보름넘게 남았다. 마음같아선 빨리 약을 복용하고 싶은데 섣불리 다른데 가는 것도 조심스러워서 나를 관찰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기력(나 못하겠다)를 인정하니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과 감정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변 우울증 선배들에게 경험담을 들어보기도 하고, 관련 책도 읽으면서 도움을 받았다.

특히 해야한다는 압박과 부담감을 내려놓고 하고싶은것을 구분하고 작은것이라도 할수 있는 것을 성취하는 것으로의 생각의 전환과 살아간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는 무위자연에 대한 내용이 우울감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러다 어제부터 뭔가뭔가 조짐이 보이더니 오늘의 나는 대단하지 않더라도 조금이나마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먼저 선배들에게 연락해서 우울증 증세가 성수기와 비수기처럼 주기가 있는지, 평소보다 하이한 상태가 되는 것도 일종의 증상인지 물어보았는데 맞는 것 같다.

정서적으로 다운되었는데 컨디션이 올라오면 파괴적으로 발산될수도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감정적으로도 나쁘지 않아서 오늘 하루를 좋게 여기면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웃긴데 컨디션이 좋아지니 이미 평소의 나보다 많은걸 했음에도 좋을때 더 많이 해야하는게 아닌가라는 욕심이 생겨서 아쉬움이 생기는 것 아닌가. 그리고 한편으로는 올라온만큼 곤두박질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꽤나 크고 꼬리를 물고 있었다. 

평소의 내가 유지되지 않을까봐 불안하다니.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받아들이고 살아내는게 내 장점이었는데 내일의 나는 어떨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잠이나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