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읽기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 (2013)

The Hobbit: The Desolation of Smaug 
7.4
감독
피터 잭슨
출연
마틴 프리먼, 이안 맥켈런, 리차드 아미티지, 케이트 블란쳇, 올랜도 블룸
정보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뉴질랜드 | 161 분 | 2013-12-12
글쓴이 평점  

 

배급사와 영화관과의 갈등으로 서울지역 CGV 상영이 불발되자 아기아빠인 나로서는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아내의 기분을 헤아리지 않는 뻔뻔함의 길을 걷거나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대체적으로는 나의 포기로 귀결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막상 영화가 개봉되고 많은 사람들의 실망가득한 후기들을 보면서 -대체적으로 통나무씬만 볼만 했다는 내용이 하도 많아서 막상 그 부분은 기대가 되지 않았다 ㅋㅋ- 자연스레 몇번의 없는 기회들은 서울지역의 다른 영화들로 이어지게 되고 처음으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극장에서 넘기게 되어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했다.

 

여차저차의 과정들을 통해 영화를 한번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를 검색하는데 사람들이 추앙해 마지않는 코엑스 M2관에서 끝물이나 다름없던 호빗 상영을 계속하고 있다는걸 확인하고 한번의 기회를 이 상영관에서 경험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세간의 평대로 호빗의 두번째 영화이자 반지의 제왕 세계관의 다섯번째 영화였던 '스마우그의 폐허'는 졸작은 아니지만 평작에 가까웠고 지난 영화들이 기나긴 러닝타임을 엄청난 스케일과 매력적인 케릭터들에 담긴 철학과 이야기들, 대결구도가 자아내는 긴장감들로 덮어냈다면 이번 영화는 중간에 체력의 저하와 함께 한두문장의 대사를 놓칠정도로 아쉬움이 있었다는건 맞았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영화를 평가하는데 객관성을 지닌다는게 나같은 보통사람에게는 무의미하다는걸 이번 영화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영화가 시작하고 어느덧 익숙한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장엄한 배경 속 호빗들의 메인테마송이 흐를 때 내가 다시 이 세계로 돌아왔구나, 하는 기쁨이 차오르는걸 느낀 것이다. 아, 내가 이 영화 시리즈를 사랑하는구나. 이미 그 순간 적절한 평가라는건, 영화에서의 아쉬움이라는건 차후의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을 경험했다.

 

하도 길어서 다시보기 하기도 힘든 이 시리즈가 이제 마지막 편을 한편 앞두고 있다. (실마릴리온은.. 안나오겠지?) 반지의 제왕에서 왕의 귀환이 그랬던 것처럼 자세를 바꾸고 바꿔봐도 내 엉덩이가 너무 아파 괴로울지라도 시리즈의 마지막에 30여분가량의 경의를 표했던 피터 잭슨 감독이 그의 인생 영화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 이 시리즈의 끝을 잘 마무리해주리라 믿는다. 그냥 빠돌이로서 나에게는 다소의 흥분을 간직한 즐거운 기다림이 되리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