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일상

두산 베어스, 2015 프로야구 우승

잠실 하늘 너머로 터지던 폭죽이 기억난다.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 주인공은 두산이 아닌 SK였다.
한참 프로야구를 열심히 보던 때였다. 김성근 감독이 SK를 이끌고 도저히 질 것 같지 않은 경기를 펼치던 때였다.
잠실은 참 멀었지만 직관도 몇차례가고 한국시리즈도 몇차례 보기도 하였다.
김경문 감독과 수많은 좋은 선수들은 부동의 강자를 이기기 위해 도전해왔지만 말년의 퍼거슨 감독이 챔스 결승에서 바르셀로나에게 무기력하게 패한 것처럼 두산에게 우승이란 문턱에서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무언가였다.

그 때 이후로 만년 2인자 포지션을 차지하는 팀에 애정을 가졌던 것 같다. 더불어 압도적인 팀에 대한 막연한 불쾌함도 느낀 것 같다. 라리가를 씹어먹던 메시와 바르샤보단 호날두와 레알이, 절대 수비와 압도적 경기력을 가진 첼시보단 제한맨 맨유가, 전북보단 서울이 그랬다. 준우승에 머무르는 나의 팀을 응원하면서 화도 나고 분하기도 하고 안쓰러워하며 애정을 키워갔다. 그리고 그 원형에는 두산 베어스가 있었다.

두산 져지를 입고 신혼사진을 찍었던 적도 있었는데 야구는 자연스레 멀어져갔다. 8개구단은 어느새 10개 구단이 되어있었고 김경문 감독은 신생팀으로 옮겼다 했다. (아직도 NC와 넥센이 헷갈린다ㅠ) 내가 응원했던 선수들도 타팀으로 많이 나갔고 상대팀 선수들이 우리팀 유니폼을 입고 있어 어색하기도 했다. 2015 야구판에 김성근 감독이 한화로 복귀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패넌트레이스에서 팀들끼리 치고받는 와중에도 시큰둥하게 넘어갔다.

가을이 오고 두산은 또 플레이오프에 올라가 있었다. 그래도 야구 룰은 대강 알기도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를 훑어봤다. 예전처럼 꼭 두산이 이기길 바라지도 않고 지더라도 멋진 플레이를 펼쳐주길 바라는 그런 마음이 참 편하더라. 더 쉽게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꼭 돌아가는 모습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더라도 큰 기대는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ㅋ 그 와중에 니느님의 활약은 정말이지 감동이었다. 불펜이 쉴 수 있도록 완봉을 달리는게 플레이오프 운영에 큰 도움이 되었을거다. 

도박 파문으로 생각 이상으로 정규시즌 우승팀인 삼성은 많이 망가져 있더라. 김경문 감독이 우승할 수 있는 적기를 놓쳤다는 말이 와닿을정도로 한국시리즈 자체는 설렁설렁 긴장감없이 보았다. 마지막 경기가 된 5차전도 이미 점수차가 크게 난데다 추격하고자 하는 의지가 잘 보이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장면을 보았다. 모든 선수가 뛰쳐나오는 그 순간만큼은 작은 울컥함이 올라오더라. 이 선수들이 지난 1년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마음껏 기뻐하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을 보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박수를 건네는 삼성 라이온즈 팀을 보며 한 시즌의 마무리를 함께할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큼 우승이란것이 격하지 않아 오히려 당황스러울정도였지만 마음 한켠 흐믓함을 가지고 이번 플레이오프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또 다시 두산이 우승을 하려면 14년을 기다려야할지도. 이제 애들도 많이 자랐는데 다음 시즌 봄 볕 좋을 때 여전히 먼 잠실로 한번 다녀와야겠다. 내년에 다시 만나자, 야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