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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준공 완료

#. 끝
 - 준공 심사가 끝났다. 계획한대로 공사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인데 미비한 사항이나 지적 사항이 있을 경우 보완을 해 다시 준공 심사를 받아야 한다. 준공이 끝나기 전엔 건물을 사용할 수 없어 이사나 거주가 불가한데 다들 전세 여건에 따라 이사 일정을 미리 잡아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준공이 뒤로 미뤄질 경우 난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 부정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구청 공무원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랜덤하게 심사하는 분이 나온다고 하는데 자칫 깐깐한 사람이 걸릴 경우 말도 안되는 걸로 트집잡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몇몇 군데 마음에 걸리는 부분도 있었던지라 나름 긴장하며 주말을 보냈던 것 같다. 그간 많은 어려움과 위기가 있었지만 건물을 짓는 것과 관련해서는 마지막 위기이지 싶다.
 - 그제 구청에 준공신청을 넣었고 오늘 아침 준공 검사를 나왔다. 09시에 구청에서 검사하는 분을 만나 20분쯤 현장에 도착하고 한시간정도 지나 최종 사인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적사항 하나 없이 마무리 되었단다. 

#. 감사
 -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 고등학생 때 사물놀이 동아리를 했었는데 일년에 한번 정기공연을 했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었다. 3월부터 기초적인 부분들을 배우고 가르치고 여름방학에는 본격적으로 한달여간 호수공원 인근에 모여 두어시간씩 연습했었다. 한시간 가량의 공연을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것 같다. 9월 무렵 지인들과 지나가던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마쳤을 때의 벅참은 인생의 소중한 기억이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 최선을 다하고 소진한 기분, 서로를 얼싸안고 수고했다고 다독이는 그 때의 감정이 떠오른다.
 - 비록 가장 많은 수고를 하지 않았고, 모든 과정에 일일히 참여하진 않았지만 공동체의 멤버로서 함께 했다는게 자랑스럽고 서로의 수고에 고맙고 해냈다는 성취감 또한 크다. 아마 옆에 같이 있었다면 깊은 마음을 담아 표현했겠지만 지금은 카톡방에 이모티콘으로만 : )
 - 공동체로 살아갈 사람들을 모았는데 마음은 있지만 재정적으로는 어려운 가정들이 모였다. 그래도 해보자고 했고, 여러 도움들과 생각지 못한 방법들로 인해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더욱 감사한지도 모르겠다. 이 일이 순전히 우리들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는게 더욱 감사하다. 

#. 이름
 - '제2하심재', '하심재 투', '하투' 등으로 불렸던 건물에도 이름이 생겼다. 클 하(嘏), 뜻 의(意)란 의미로 하의재이다. 입에도 잘붙고 기존 불렸던 이름들이 아님에 만족하고 있다. 이름이라는게 그렇듯 너무나 익숙해져버러 원래 있었던 듯 하의재라 불리고 있겠지.
 - 처음 이 프로젝트로 모인 사람들을 보고 의구심을 많이 받았던걸로 알고 있다. 마음이야 가상하다지만 인생은 실전인데 들어가야하는 비용은 어떻하려고 하느냐, 가 대체적인 시선이었던 것 같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객관적으로 볼 때 말도 안되는 일을 했구나 싶긴 하다. '어떻게든 되겠지'라기엔 너무나 큰 프로젝트였으니까. 
 - 그간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적지않은 금액을 선뜻 내놓는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그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하지 못했을거다. 그리고 '사회투자기금'이라는 기관을 통해 상당액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이또한 우리가 예측하고 이용할 수 있었던게 아니라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알게된거였다. 물론 이후 책임지는건 우리의 몫이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건 우리 각자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했을거다. 
 - 그래서 이름에는 은혜에 관련된 표현이 들어가면 어떨까 싶었다. 이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에는 여러 도움들과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다고 감히 고백하게 되기 떄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뜻'이라는 표현이 들어간게 수긍이 된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던 시점에서도, 진행되는 지금까지도 하나님의 큰그림이 있었음을 감사히 고백한다. 

#. 시작
 - 이제 얼마후면 계획대로 이사를 하게 된다. 많은 것들을 버리고, 많은 것들로 채우며 새로운 공간에서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가족에 있어서도 출산과 육아의 한 분기가 지나는 시점이지 싶다. 과연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어떤 모양으로 다가오게 될까.
 - 더불어 크나큰 금액의 이자들을 감당하며 살아가게 된다. 아직 정확한 금액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수입의 꽤 상당부분을 이자와 원금상환으로 지출하게 될 것이고 그 기간 또한 상상 이상으로 길어질 것 같다. 막상 닥치게 된 상황을 숨막혀하거나 불평하진 않을까 긴장도 되고 나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얻게 될 것들에 대한 대가로 그 경중이 드러나겠지.
 - 한참 프로젝트가 진행되고나서야 내가 새 집에 들어가 산다는걸 인식하였다. 대학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꿈꾸었던 함께 사는 공동체를 살아보고 싶어 이 일에 동참했다. 새집은 공동체 생활을 살아가는데 주어진 덤이랄까. 지금와서 말해야 무엇하나 싶기도 한건 어떻게 살아갈지보다 지금 당장 집을 놓고 어떻게 배치하고 구성할지 생활을 준비하는 과정이 더 급박하고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흐릿해져가는 목적을 잊지말아야겠다는 생각만은 또렸하다.
 - 일년여의 시간을 지나 건축은 끝이 나고 건물은 완성되었다. 이제는 사람이 들어가고 삶이 시작된다. 우리가 만들어갈 공동체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빚에 허덕이다 마무리될지도. 그렇다 하더라도 하의재라는 이름처럼 큰 뜻에 의해, 각자의 뜻을 가지고 모인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동안만큼은 공동체라는 위대한 도전을 잘 감당할 수 있길 각오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