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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믿다

어제는 부활절이자 세번째 4월 16일이었다. 우리 교회 설교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세월호와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후길 남긴다.

지난해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으며 괴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유가족들의 단단한 결의였다. 이제야 정부차원의 음해와 조작이었다는게 밝혀졌지만 그것이 작동되어 많은 보통 사람들의 비난과 냉소속에서 광화문을 지키고 있을 때 였다.

기존 정치권에 희망을 가졌던 때도 있었을거다. 시민권력의 힘으로 무언가 될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을지도. 혹 권력자 앞에서 무릎 꿇었던 것처럼 어떻게든 삼백명의 아이들의 죽음의 원인이 규명되고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다신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자 했던 그것이 가능하다고 절실히 바라고 있었을거다.

하지만 돌아온것은 폭식투쟁과 같은 비인간적인 대우와 자식들 시체장사한다는 돈으로 점철된 논리들, 정부에서 먼저 그들을 버린 고통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포기할 수 없었다. 먼저 간 자녀들에게 받은 소명과 책무는 개인이 포기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책을 읽으며 답답했던 지점이 그곳에 있었다. 유가족들의 시선은 다음 정부를 향해 있었다. 이 정부에서 해결되지 못한다면 그 다음 정부에서 세월호의 진상을 밝히도록 투쟁하겠다는 결의. 이미 일상은 무너지고 직업마져 내팽개치고 매달리고 있는 이 일을 사년 후, 혹은 실패한다면 그 이후까지라도 하겠다는 뚝심이 묻어나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마음이 답답하기만 했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기적이 일어났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박근혜 정부가 무너져버렸다. 2015년 총선은 그것의 예고편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이르러서야 모든 국민의 마음에서 박근혜 정부는 민낯을 드러내며 하나하나 해체되기 시작했다. 만약 12월에 임기를 온전히 채운 후 정권이 교체되었다면 여전히 박근혜를 지지하는 세력들로 인해 많은 진통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권력은 무너져버렸고 그가 탄핵당하고야 세월호는 인양될 수 있었다.

지금도 세월호의 숨겨진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다. 무엇이 진실인지 아직 가야할 길은 까마득하지만 내가 책을 읽었을 때와는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말 진상이 밝혀지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법적으로 처벌받고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

유가족들이 자신의 삶을 소진하며 이 일에 매달릴 때, 이 정권에서는 더이상 어렵다고 판단될 때 포기가 아니라 그 다음을 바라보았던건 믿음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보지 못할 때 묵묵히 견디면서 바라보는 믿음.

'잊지않겠다'는 작은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감사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후의 과정들에서 정의와 진실이 밝혀지는 그 날까지 나 또한 묵묵히 지켜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