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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서 문학관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문화적 체험들이 주는 삶의 풍요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준다. 오늘 북한산 캠핑장에 와서 짐을 풀고 아이들과 산책로를 따라 걷다 한옥마을이 있어 가보았다. 지도 어플에 셋이서 문학관이라는 장소가 있길래 아이들과 들렀다가 큰 감흥을 얻고 돌아왔다.



처음 내 눈에 들어온건 중광스님의 글귀였다. 넘치는 힘과 해학이 눈길을 끌었다. 감탄을 하며 들어갔다가 정작 내 마음을 깊게 흔든건 천상병 시인의 글이었다.



귀천. 문학선생님이신 고등학교 담임샘이 지각하면 벌대신 시를 한편 암송하면 집으로 보내주셨는데 첫 작품(!)이 이 작품이었다. 나에게 천상병시인은 그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작가소개에서 동백림사건으로 6개월간 고문을 받으셨음에도 순수한 작품세계를 이어가셨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하나 시를 읽었다. 참 신기하게도 아내와 우리가 가진것들과 누리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직전에 나누었는데 천상병 시인 작품 곳곳에 비슷한 결의 정서가 담겨있어서 더 깊이 감동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일기같은 짧은 글이었는데 웃음과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마음이 울렁이기 시작했다. 결국 날개라는 시를 보고 울컥하는 마음을 가누기 힘들었다. 글쓴이의 순박한 마음이 아름다워서, 또 내 마음을 읽어준 것 같아 울렁이는 감정이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도 오래 남았다.



더불어 그 옆에 매화 그림 전시도 참 좋았다. 손자분이 할아버지의 제자로 뒤를 이어 그림을 그렸다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매화의 색이 한지와 잘 어울려 아름다움을 드러내주었다.


언제나 예술은 사람의 삶을 풍족하게 하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문화적 경험은 우리게 주어진 축복임이 분명하다. 발걸음 닿는대로 걷다 멋진 선물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