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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012)

The Amazing Spider-Man 
7.7
감독
마크 웹
출연
앤드류 가필드, 엠마 스톤, 리스 이반스, 마틴 쉰, 샐리 필드
정보
액션, 어드벤처, 스릴러 | 미국 | 136 분 | 2012-06-28


최근 코믹스 혹은 히어로 영화의 역사를 거슬러보면 여러 분기점이 있었는데 발전된 기술로 이전에는 표현할 수 없었던 만화책이라는 평면의 세계를 실사화할 수 있었던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이나 그깟 오락영화에 철학적 사유를 담아내 평단의 찬사를 받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가 생각이 난다. 근래 좋은 성적은 거둔 어벤져스는 다크나이트의 영향으로 한동안 내면을 파고들어갔던 코믹스에서 다시 '오락'이라는 본기능을 주력으로 삼았다고 할 수 있겠지. 고런 맥락에서 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다크나이트보단 어벤져스에 가까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사람들이 체감하는 오락의 영역을 끊임없는 유머가 아닌 드라마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코믹스 영화의 개척자나 다름없는 전작을 리부트한 감독으로 '마크 웹'을 선택한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는데 (감독의 전작은 500일의 섬머다.) 간결한 호흡의 편집과 사랑스러운 캐릭터 활용, 별 것 아닌 평범할 수 있는 보통의 이야기를 잘 끌어내는 감독의 장점들을 블록버스터에 접목시키려고 했던 소니의 선택은 대성공까지는 아니어도 전작의 아우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괜찮은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어벤져스의 조스 웨든 감독의 장기가 코미디라는 점에서 최근 블록버스터 제작에서의 비슷한 맥락을 읽어낼 수 있다.


스파이더맨이란 캐릭터는 만들기에 따라서 다크나이트 풍의 작품을 만들기가 수월한게 (자신으로 인한) 삼촌의 죽음이라는 죄책감, 주어진 힘에 대한 책임감, 주변인들의 악당화(와 불행들..), 영웅의 삶과 (찌질한) 일상과의 괴리 등 내면을 다룰 수 있는 지점이 정말 많이 있다. 하지만 감독, 혹은 제작사의 선택은 어느정도 청춘물 같은 분위기의 매끈한 작품이었다. 이는 전작을 의식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전작-특히 1,2편-의 호평과 -3편에서의- 비난의 지점은 스파이더맨의 눈요기할 수 있는 액션과 피터 파커라는 개인의 내면을 다루는 밸런스가 아닐까.) 스파이더맨으로 각성(?)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인 벤 삼촌의 죽음도 전작에서는 죄책감에 얽메이는 주인공을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더 단순히 복수 혹은 영웅으로의 태도를 가지게 되는 동기 정도의 역할이 부여가 된다.


3D 효과가 돋보이는 작품은 아닌데 상당히 눈의 부담이 덜해진 것 같다. 자연스레 볼 수 있었는데 다만 안경에 서리가 자주 껴서 힘들었던;; 러닝타임이 136분으로 긴 편에 속하는데 감독이 리듬을 잘 조절하는 편이어서 지루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두시간 안으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스토리를 꾹꾹 집어넣는 것보다 여유있게 풀어가는 것이 더 좋았다. 스파이더맨의 숨겨진 매력은 친서민(..) 영웅이라는 점인데 학생인지라 찌질함을 더 못보여준건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드라마가 많이 강조된 것에 비해 그웬 스테파니나 플래시같은 주변인물들의 감정변화가 뜬금없이 일어난다는게 제일 아쉬웠다는ㅋㅋ 앤드류 가필드가 생각했던 것보다 피터 파커 역할에 잘 어올리기는 하는데 특유의 찌질함을 보여주기에는 훤칠하게 생겨서; 엠마 스톤은 참 매력적인 배우인듯. 아참, 좋았던 점 중에 스파이더맨의 까불거리는 성격들이 잘 드러난게 원작에 더 가깝게 표현이 되었다. 스탠 리 할아버지는 언제 등장했었을까. 생각해보니 놓쳤네.


아직 마크 웹은 거장의 느낌이 나지는 않는다. 이전작에 비해 아쉬운 점도 속속 보이기는 하지만 본인의 두번째 영화를 이정도 규모의 블록버스터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마음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이정도면 새로운 시리즈의 성공적인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이웃의 배트맨 시리즈도 비긴스에서 간본게 다크나이트로 대박 터뜨렸으니 다음 작품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소니, 돈 많이 받고 어벤져스에 스파이더맨 출연시켜주면 안되겠니??